당정이 15일 내놓은 농어가 부채경감대책은 한마디로 전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빚을 진 농어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과 다름없다. 「선심」은 당정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일단 농수축협 단위조합에 빚을 진 전국 115만 농어가는 이번 조치로 원리금 상환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우선 조합에서 연 12%짜리 일반자금을 빌어쓴 농어가가 연 6.5% 저리자금(1,000만원 한도)을 신규 대출받아 기존 융자금을 갚을 수 있다.
사실상 이자를 5.5%포인트 깎아주는 셈이다. 또 내년 만기도래하는 8,500억원 규모의 농수축협 정책자금대출(연 5%)이 1년 상환연장된다. 여기에 농어업경영개선자금 2조원이 조성돼 연 6.5%, 2년거치 3년상환이란 아주 좋은 조건으로 대출된다.
문제는 재원. 싼 이자로 빌려주고, 만기를 늘려주는 만큼 정상금리와의 차액은 재정에서 보전해줘야 한다. 농수축협 대출금의 저리대체(12%→6.5%)에 따른 4,180억원의 이자경감액과 580억원의 정책자금 상환연장 손실이 우선 재정에서 투입되어야 한다. 국민세금이 그만큼 들어가는 것이다.
현재로선 농어업경영개선자금 2조원을 어떻게 조성할지 불투명하다. 조성한다해도 연 6.5%의 5년짜리 저리장기대출금인 만큼 이차보전용으로 약 5,000억원의 재정투입요인이 생긴다.
결국 이번 조치로 인한 재정부담은 우선 확정된 것만으로도 1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빚더미에 시달리는 농어가 현실을 감안한다해도, 사적 금융비용을 국민세금으로 떠받치는 이번 대책은 적자재정을 외면한 선거용 행정이고, 더구나 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이념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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