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의 고삐를 죄기 시작한 김대중 대통령과 달리 남미순방중인 김종필 총리는 마치 남의 일인양 짐짓 무관심하다. 15일 아침(현지시간) 브라질리아의 숙소에서 첫 보고를 받은 김총리는 서둘러 보고한 참모들이 무색했을 정도로 무덤덤했다.김총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별 것 아니구먼… 코멘트할 것도 없어』라고 말한뒤 아예 말문을 닫아버렸다.
JP의 속마음에 대해 총리실측은 『김총리가 소극적인 것은 합당의사가 없기때문』이라고 말한다. JP를 하루에도 몇차례 만나는 김용채 비서실장, 이덕주 공보수석은 한 발 더 나가 『김총리는 합당할 의사가 없다』고 말한다.
김실장 등은 3당합당이후 14대총선에서 신민주공화계의 참패와 뒤이은 민주계의 JP축출 등의 악몽을 내세우며 『이번 합당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합당불가」논리를 편다.
그러나 김총리의 침묵과 측근들의 강한 부인을 오히려 정반대의 풀이를 가능케 한다. 합당빅딜을 앞둔「몸값 올리기」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합당의 공이 자신에게 넘어온 이상 확실한 「전리품」도 없이 수락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성급하게 내보일 필요가 없다는게 JP가 침묵하는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김실장은 이날 『현재로서는 합당해봐야 실익이 없다. 신당일각에서 김총리의 총재추대를 반대하고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합당할 수 있겠느냐』며 은연중 속내의 한 켠을 내비쳤다.
브라질리아=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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