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의 현대경제사는 「보릿고개」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진 시련과 중흥의 100년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압축성장은 후진국개발론의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그러나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경제적 선(善)」과 「경제적 악(惡)」이 복잡하게 교직되어 있다.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틀)을 요구되고 있는 21세기를 맞아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간직해야 할 것인가.
한국일보가 경제전문가 20명의 자문을 받아 분석한 결과, 우리 경제가 가장 먼저 털어버려야 할 유산으로는 「정경유착」이 지적됐다. 정치권에 검은 돈을 주면서 특혜를 받는「정경유착」은 경제와 정치를 동시에 오염시켜온 주범이자 천민(賤民)자본주의를 낳은 주인공이다. 정경유착의 청산없이는 선진경제도 선진정치도 불가능하다.
경제전문가들은 재벌체제 관치금융 부동산투기 대일(對日)의존 절대빈곤(빈부격차) 등도 청산대상으로 꼽았다. 압축성장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재벌은 공(功)도 많지만 과(過)도 적지 않다. 대기업은 더욱 육성되어야 하나 족벌경영과 총수전횡을 핵으로 하는 재벌체제는 청산대상이다. 개발독재시대의 금융시스템인 관치금융은 시장경제체제의 정착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일확천금의 불로소득을 꾀하는 부동산투기도 20세기 타임캡슐에 묻어야 한다. 한국경제가 20세기초 일제식민지시대부터 지금까지 일본경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일(對日)의존」도 청산되어야 한다.
반면 절대빈곤과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극복한 「하면 된다 정신(Can Do
Spirit)」은 21세기에 반드시 이어가야 할 유산이다. 구한말 우리 선조들이 일본에서 들여온 국채를 갚고자 펼쳤던 「국채보상운동」과 IMF 직후 민간단체들이 추진한 「금모으기운동」정신도 21세기 한국경제를 이끌 원동력이 돼야 한다. 중동의 사막에서부터 미국 뉴욕의 번화가까지 「Made In Korea」를 각인시킨 수출드라이브, 세계 최고수준의 저축정신, 시장개방시대를 맞아 우리시장을 지켜온 신토불이(身土不二)정신 등도 반드시 계승돼야 할 유산으로 꼽혔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유승호기자 sh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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