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고서 유출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15일 여러가지 정황을 근거로 박주선 전청와대법무비서관이 보고서를 유출한 것으로 최종 판단, 보강조사를 하고 있다.검찰은 보고서 유출경로에 대한 핵심 물증이 없고 박전비서관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심증이 엇갈려 박전비서관의 혐의를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른 경로를 통한 유출 가능성도 아직은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검찰이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을 소환, 조사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동안 검찰 내부 한편에서는 『사직동팀의 내사 상황을 훤히 아는 박전비서관이 김태정 전장관에게 최초보고서를 건넸다면 최초보고서에 기재된 날짜와 순서가 잘못될 리 없다』며 박전비서관이 유출자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검찰은 따라서 보고서에 가필된 글씨의 주인공을 찾아내면 이런 지적의 타당성을 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김전장관과 박전비서관을 조사하면서 이들의 필체와 최초보고서에 기재된 글씨를 대조, 두사람이 보고서에 기재된 「조사과 첩보」등 육필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잠정 결론내렸다. 또 최초보고서 중 1월19일까지의 조사결과를 정리한 「유언비어 조사상황」중 「98.12.12」을「12.16」으로 정정한 것도 강전장관의 가필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최초보고서를 1월20일에 받아 바로 연씨에게 건넨 김전장관이 조사내용을 하나씩 검토했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전장관이 최초보고서 출처와 작성경위 등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수정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강전장관의 글씨라면 날짜와 순서가 잘못 기재된 경위가 증명돼 「박전비서관이 아닐 수 있다는 근거」 하나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검찰 수사팀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박전비서관은 아니다』라는 의심의 근거를 하나씩 배제, 결국 「유출자는 박전비서관」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증명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전실장 조사도 역시 같은 차원이다. 김전장관이 중간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누구에게서 어떤 형태로 보고를 받았는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전실장이 박 전비서관에게서 서면으로 보고를 받았다면 박 전비서관의 혐의가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다.
또 김전실장이 정식내사 착수전에 박전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사직동팀에 은밀히 탐문조사를 시켰는지도 파악해 볼 방침이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박전비서관이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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