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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찬바람에 속살이 '꽉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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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찬바람에 속살이 '꽉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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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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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는 바람과 파도만 남았다. 콧속까지 찡한 찬바람이 사정없이 분다. 바람에 등떠밀린 파도는 갈퀴처럼 머리카락을 세우고 달려든다. 바다의 테마는 이제 차가운 겨울 낭만으로 바뀌었다.경북 영덕의 포구에도 찬바람이 분다. 영덕의 찬바람은 역설적이게도 풍요의 바람이다. 겨울 진객 「대게」때문이다. 대나무처럼 곧은 다리에 마디가 있어 이름이 붙여진 대게는 찬바람을 호흡하며 살이 찐다. 대게의 포획기간은 11월1일부터 5월말. 그 중 지금부터 설까지가 제철이다. 허물을 여러번 벗으며 몸이 불어난데다 껍질이 터질 듯 살이 찼다.

대게는 얇은 껍질을 힘들이지 않고 벗겨먹는 다릿살도 일품이지만, 진짜 매력은 배딱지, 즉 장(腸)맛이다. 짭짤한 맛 뒤로 고소한 향기가 남아 일단 맛을 보면 다른 게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일제시대 이 뒷 맛에 매료된 일본인들은 생산되는 모든 대게를 싹쓸이해갔다. 해방후 아직 살림이 피지않은 우리는 비싼 대게를 먹을 엄두를 못냈고 70년대까지 모두 일본에 수출했다. 소득이 늘면서 요즘은 국산 대게를 전량 국내에서 소비하고 모자라 오히려 일본에서 수입할 정도이다.

대게는 수심 300~400㎙의 깨끗한 모래바닥에서 산다. 영덕, 울진, 포항 일대에 대게가 많은 것은 이 곳의 바닷속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육지의 산맥처럼 울진에서 포항까지 길게 늘어선 이 모래밭을 「왕돌잠」이라 부른다. 어부들은 미리 왕돌잠에 그물을 설치해 놓고 한나절 후에 대게가 걸린 그물을 거둬들인다.

한창때 대게의 수확량은 연간 3,000여톤. 남획이 심해 지금은 10%인 300여톤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게잡이는 엄격하게 관리된다. 6월초부터 10월말까지는 어떤 경우에도 잡을 수 없고, 허가기간이라 하더라도 지름 9㎝의 어린 것과 「빵게」라 불리는 암컷은 놓아줘야 한다.

대게와 비슷한 종류로 홍게가 있다. 수심 800㎙정도에서 살아 대게보다 잡기 어렵지만 값은 대게보다 싸다. 살이 차지 못하고 장의 고소한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도심의 시장이나 외곽도로에서 1마리 1~2만원에 파는 게는 대부분 홍게이다. 홍게는 뒤집으면 배까지 빨간 색을 띠기 때문에 대게와 쉽게 구분된다.

영덕에서 대게를 제대로 맛보려면 강구항을 찾아야 한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강구항은 하루 70~80척의 대게잡이배가 들어오는 곳. 포구 앞에는 살아있는 대게를 수족관에 넣어둔 전문음식점들이 늘어서있고 고무통을 이고 나온 좌판 아주머니들도 많다.

대게는 별미이면서 생산량이 많지 않아 비싸다. 현지에서도 1㎏에 10만원 선인데,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값이 많이 변한다. 만족할만큼 먹으려면 1인당 2-3만원을 예상해야 한다.

영덕=글 이종철기자

권오현기자

koh@hk.co.kr

■집에서 만드는 대게요리 2선

맛과 영양의 보고인 영덕대게로 근사한 겨울 식탁을 차려보자. 대게는 소금을 대충 뿌려 석쇠에 구워먹거나 이런저런 양념없이 찜통에 쪄내기만해도 천하별미.

약간의 아이디어만 보탠다면 색다른 맛을 연출할 수도 있다. 영덕대게 요리전문점 「왕돌잠」(02-599-3335)의 도움말로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게요리 두가지를 소개한다.

■게 전골

영덕대게 2마리, 배추잎 8장, 대파 한쪽, 팽이버섯 2팩, 표고버섯 2팩, 쑥갓 1단, 당근 반쪽, 가래떡 약간, 두부 1모, 무 200g, 붉은 고추 2개, 실파·다시마·맛술·소금·간장 약간/게 몸통에서 다리를 떼낸 뒤 몸통은 적당한 크기로 토막내고 다리는 비스듬히 반으로 잘라 놓는다

→배추와 당근은 데쳐서 소금으로 가볍게 간한 뒤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놓고 대파는 5∼6㎝ 크기로 경사지게 썰어놓는다

→무와 두부는 각각 8등분해놓고 가래떡은 불에 살짝 구워놓는다

→커다란 전골냄비에 다시마와 물을 넣고 끓이다가 다시마를 꺼내고 맛술, 소금, 간장 등으로 맛을 낸 뒤 미리 손질해 놓은 재료들을 차례로 넣고 끓여가면서 먹는다.

■게 지에밥

떡쌀 2홉(360㎖), 청주 3큰술, 게살 150g, 김·연뿌리·파·소금 약간씩/생게 살을 발라내 그릇에 담고, 게 껍질은 국물을 내 청주 2큰술과 소금을 넣어 간해놓는다

→떡쌀을 씻어 물기를 제거한 다음 밥통에 넣고 청주1큰술, 소금을 섞은 뒤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20분가량 익힌다

→게껍질 우려낸 국물과 게살을 넣고 다시 익힌다

→밥이 다 되면 주걱으로 고루 섞는다→그릇에 담고 가늘게 썬 김과 연근, 파를 곁들여 먹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서울서도 대게 먹는 방법

* 가는 길

서울에서 최소한 6시간30분이 걸린다. 시간상으로 서울에서 가장 먼 곳이다. 길눈이 밝은 사람은 제천-단양-영주-영양-영덕을 연결하는 국도를 타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대관령이나 태백-원덕으로 태백산맥을 넘은 뒤 7번 국도로 계속 남하하거나 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빠져 포항을 거쳐 영덕에 닿는 방법이 있다. 비행기로는 포항공항까지 갈 수 있고 철도는 없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직행버스가 낮12시 하루 한 번 있다.

* 쉴 곳

칠보산(810㎙)에 있는 자연휴양림(0564-733-5470)이 자유롭고 한가한 여가를 즐기기에 좋다. 동해를 한눈에 내다보며 일출을 감상할 수 있고 등산도 겸할 수 있다. 동해비치호텔(733-6611) 동해해상호텔(733-2222) 그린시아모텔(732-4880)등이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강구항 근처의 민가는 대부분 민박을 치는데 방의 크기와 인원에 따라 2-4만원이다.

* 서울에서도 대게 먹는 방법

지난해 4월 창립된 영덕대게협동조합(대표 남효수·0564-734-0691)이 대게 전문요리점 왕돌잠을 서울의 논현동(02-3444-3334)과 서초동(02-599-3335)에서 운영하고 있다. 조합의 서울직매장(080-510-1001)에 전화로 주문하면 찐 게를 2시간 안에 배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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