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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돈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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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돈쓰는 마음

입력
1999.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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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수송차가 영구차를 뒤따르는 것을 본적이 없다』 맥도널드 식당체인을 키운 레이 크로그가 남긴 말이다. 남편의 이런 인생관을 본받아 그의 미망인은 작년에 8,000만달러의 자선금을 구세군에 기부했다. 미국의 부호들은 자선사업을 위해서든 사회발전을 위해서든 정말 엄청나게 많은 기부금을 내는 전통이 있다. 얼마전 제3세계의 소아마비퇴치 비용으로 빌 게이츠가 5,000만 달러를, 테드 터너가 2,800만달러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우리나라 사람들도 『돈 갖고 저승가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역시 우리나라 부자들이 기부에는 아직 짠 것 같다. 자기 영향력 밖으로 돈이 나가는 것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오히려 어렵게 돈을 모은 구멍가게나 김밥집 할머니들이 몇억원씩을 척척 내놓는 것을 볼 때, 역시 돈쓰는 것은 부(富)의 규모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12월이 되면 각종 사회단체마다 자선모금이 벌어진다. 그런데 올해는 경기가 좋아져서 망년회가 흥청대고 유흥가는 붐비는데 자선단체의 모금창구는 썰렁하다고 한다. 오히려 경기가 최악이었던 작년수준보다 훨씬 기부금이 덜 들어온다고 한다. 경기가 좋아졌다지만 자선을 받아야 할 소외계층이 더 늘어나는 것이 IMF이후 사회현상이다. 외국도 상황은 비슷한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자선기금이 예전처럼 잘 걷히지 않는다는 보도다.

■이제 우리 사회도 80년대 이전처럼 생산이 중심이 되던 사회와는 다르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기부는 적고 소비를 많이 한다고 싸잡아 비난할 일은 못되지만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메마른 풍경이다. 다행인 것은 근래 골프 야구등 스포츠 스타들이 각종 이벤트를 통해 기부금을 마련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IMF이후 돈버는 계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비즈니스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벤처정신에서만 빌 게이츠를 닮지 말고 자선정신에서도 빌 게이츠를 닮기를 기대해 본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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