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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www 세상읽기](44) 멋대로 말할 자유란 없다

입력
1999.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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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창근의원이 갑자기 유명해졌다. 이제 누구나 국의원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가 되었다. 의원들 간의 폭언, 폭력이라면 『응, 또야?』하고 넘기던 사람들까지 국의원이 13일 국회정무위에서 김영선의원(assembly.go.kr/-youngsun)을 향해 쏟은 막말과 폭언, 때릴 듯 들어올렸던 손동작에는 질려 한다.새삼 국의원은 누구인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국회사이트(assmbly.go.kr) 의원명단에 따르면 1937년생인 국의원의 교섭단체는 새정치국민회의, 선거구는 전남 담양·장성이다. 경력은 화려하다. 5·18광주민중항쟁유족회고문, 전남도의회의장, 평통운영위원, 원내부총무에 김대중총재특보까지 지냈다. 학력은 대학원졸이다.

국의원만 공적인 장소에서 막말, 폭언을 한 것은 아니다. 다른 의원도 그랬고 민노총간부도 그랬다. 어느 작가가 개탄한 것처럼 보통사람들도 세월이 갈수록 말들을 함부로 하고 산다. 아이들이 생일축하 노래로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를 부르는 것을 듣고 크게 놀란 것은 벌써 오래 전 일이다. 요즘은 타인에게 결코 할 수 없을 것같은 말도 예사로 한다. 『너, 얼굴 아주 못 쓰게 됐구나』 『내 얼굴 못쓰게 되는데 뭐 보태준 거 있냐?』

나이든 분 중에서 『듣기 싫겠지만 나 오늘은 한 마디 하려는데』하면서 말머리를 시작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례하고 잔인한 화법이다. 상대가 상처받을 줄 알면서 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지만 한 서양학자가 갈파했듯 「우리에게 자기 마음대로 말할 자유라는 것은 없다」.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다치게 하며 말할 권리란 없는 것이다. 『나도 너같은 딸이 있다』 『맞아봐야…』등의 발언을 한 국의원이 가장 먼저 비판받을 대목도 이 부분이다. 저질시비는 그 다음이다. 왜인가. 사회언어학에서는 「내가 쓰는 말은 내가 누구임을 여지없이 드러낸다」고 규정한다. 말에는 출신지방, 교육정도뿐 아니라 교양, 정치철학도 여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의원의 말에서 폭력에의 유혹, 나이와 성별 최우선주의 등의 정치철학이 읽혀진다 해도 그런 철학을 지금 문제삼을 일은 없다. 앞으로의 선거에서 판단자료로 쓰면 그뿐이다.

유럽 미국에서 여성, 유색인종, 장애인등 이른바 「소수집단」은 20년 전부터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운동」이라는 언어운동을 벌여왔다. 많은 이들이 여성을 「Ms」로 부르도록 요구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지만 「PC」의 기본정신은 말에서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I hate it」을 「It's not my favorite」로 표현하자고까지 주장해 반대론자도 생기고 있으나 극우보수파를 제외한 지식인사회는 「PC」에 호응한다. 구글(google.com) 노던라이트(nothernlight.com)에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1만여 개의 자료가 제시된다. 온국민, 특히 의원들이 「PC운동」혹은 적어도 「언어예절」을 수강해야 할 시점인가. 박금자 /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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