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옷 로비 사건과 파업유도 사건을 통해서 관료형 인간의 종말을 보았다. 아울러 이를 통해 관료사회의 한가지 단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관료들이 거짓말에 익숙해지도록 길들여진다는 점이다. 거짓말도 자주 해본 사람이 그럴 듯하게 한다.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가슴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심한 심리적 갈등을 일으킨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가 바로 이것을 이용한 것이다.어쨌든 그들이 아주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면서도 그들이 그토록 높은 지위에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하다.
거짓말을 통해서 얻는 이득이 거짓말이 밝혀질 가능성에 의한 손실보다 더 크다는 경험적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과거에 거짓말을 여러 차례 해봤지만 그 거짓말이 실체적 진실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건이 지속되면 경험법칙에 의해 자신이 하는 거짓말은 결코 밝혀지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래서 거짓말에 익숙해져 버린다.
그러나 거짓말은 반드시 밝혀지고야 만다는 경험적 지식이 그들에게 있었다면 감히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심장이 멎을 것 같아서도 거짓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에서부터 대학교수들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거짓말이 밥먹듯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사례는 비단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료화된 조직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정직보다는 의리를 중히 여기는 문화적 전통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관료화된 조직일수록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획일적인 명령과 통제의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채 상하간의 의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붕어빵 기계와 같은 고시제도를 통과한 관료들이야말로 획일화된 교육제도 하에서 내로라 하는 수재들로 불려졌을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고시라는 제도적 관문을 통과한 후 조직의 논리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모두들 「멍청한 붕어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나마 똑똑한 붕어빵들조차 조직의 위계질서와 의리를 중시하는 문화에 동화되도록 강요받아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암기력 테스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시험성적을 가지고 국가기관의 중추적 역할을 맡겨 버리는 어이없는 현상에 대해 우리는 어쩌면 이토록 무감각한 것인지 잘 이해가 안된다.
최근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고시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스캔들은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사건이 아니며, 이미 오래 전부터 구조적으로 싹터왔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조직의 경쟁력이 생겨날 수 있겠는가. 정보시대의 경쟁력은 창의성에서 비롯되며, 창의력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다양성을 가로막는 모든 제도와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그 한가운데 관료형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시제도가 있다.
최동석 조직개혁전문가 한국은행 직무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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