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축제가 넘쳐난다. 정부는 물론 전국의 모든 지자체별로 저마다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고 민간차원의 축제도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내용이 비슷하다.일몰과 일출을 보고, 레이저쇼나 횃불행진을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뭔가 남다른 이벤트는 없을까? 흥겨움과 의미를 함께 건질 수 있는 이색 이벤트를 소개한다.
■땅끝 해맞이 마라톤대회
전남 해남군이 해맞이 축제의 부대행사로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에서 마련했다. 새 천년의 첫날, IMF등 가슴 아픈 과거의 기억을 털어버리고 이 땅의 끝에서 새 의지를 다지며 달리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일출이 장관인 송지면 갈두리(일명 땅끝마을)에서 해오름을 본 후 동쪽 약 5㎞의 해안도로를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달린다.
마라톤은 경주형식이 아닌 가장행렬식으로 진행된다. 개인 또는 단체별로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고 독창적인 의상과 주법을 보여준 팀 또는 개인을 선정해 별도로 시상한다.
일몰과 일출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땅끝마을의 해맞이 축제는 31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일몰행사중 하나인 씻김굿 새천년 기원제와 일출행사인 소망실은 풍선 날리기등이 볼만한 행사로 꼽힌다. 이번 축제에서 소설가 정준 작사·정풍송 작곡의 「땅끝에서 부르는 노래」를 가수 설운도가 발표한다. (02)835-5330
■즈믄해의 짧은 여행
서기 2000년은 서양의 연호. 그래서 불교계에서는 그 세월의 마디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특별한 행사도 귀하다. 강화도의 아담한 사찰인 적석사가 주최하는 「즈믄해의 짧은 여행」은 절에서 경건하게 밀레니엄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흔치 않은 행사이다. 적석사는 고구려 장수왕 14년(416년)에 창건된 고찰. 많은 곡절을 겪다가 70년대에는 폐사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97년 다시 절의 모습을 갖췄다. 적석사에는 일몰과 일출을 함께 볼 수 있는 낙조대가 있다. 이 낙조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행사는 31일 오후의 「해내림의 장」, 1일 아침의 「해오름의 장」으로 나뉜다.
「해내림…」은 31일 오후2시 돌아가신 부모를 위한 영가천도제로 시작된다. 즈믄해의 작은 음악회, 청사초롱의식등이 벌어지고, 자정 재야의 종 타종으로 마무리된다. 「해오름…」은 소원의 등 밝히기, 새벽예불, 해맞이행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032)932-6191
■새 천년맞이 동지제
22일은 20세기의 마지막 동짓날. 22절기의 마지막인 동지는 어둠의 기(氣)가 줄어들고 밝은 기운이 부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작은 설」이라고도 불렸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이날 남산골 한옥마을과 청진동·명동거리 등에서 새천년맞이 동지제를 개최한다. 「액막이와 새 희망 품기」를 주제로 한 이 행사는 서울 시민이 함께 참여해 즐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주 무대는 한옥마을. 오후1시 비나리굿으로 막이 오르는 공식행사는 검예, 택견 시연과 민요와 판소리공연등으로 구성된다. 김영임, 지화자, 조통달등 최고의 소리꾼들이 출연한다. 오전11시부터 오후1시까지 길놀이 농악이 종로구 일대에서 펼쳐진다. 농악대는 문화관광부를 출발, 청진동을 거쳐 명동까지 가며 지신밟기를 한다. 지나는 길의 시민들과 팥죽을 함께 나눠 먹는다. (02)2266-6937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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