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토 안에서 한가지 원인으로 해마다 전주 인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불행이 되풀이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에 버금가는 공포의 도가니로 변하고, 피해 예방이 어떤 일보다 급선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한국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말까지 9개월간 교통사고가 39% 늘어 사망·부상자수가 50만명에 육박했고, 연말까지는 66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차량 1대당 사고율도 세계최고를 기록했던 92년의 4.68%에 육박할 것이라니, 잃어버린 교통사고 왕국 타이틀을 되찾게 되리라 한다.
그런데도 정부나 집권당은 놀라는 기색이 없다. 여러가지 교통사고 유발 요인들이 오래 방치돼 누적된 피해자가 수십 수백만명에 이르고, 매년 10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거듭되는데도 특별대책을 마련할 마음조차 없어보이니,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IMF 관리체제로 들어간 이후 한동안 줄어들던 교통사고가 다시 급증한 까닭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전 위주에서 소통 위주로 교통정책의 방향을 전환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화물차와 대형버스의 1차로 통행을 허용한 지정차선제 폐지와 자동차 전용도로의 제한속도 상향조정 등 규제를 완화한 것이 대표적인 실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단속 교통경찰관 수를 크게 줄여 과속과 난폭운전을 눈감아 줌으로써 교통문화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자초했다.
교통사고 피해규모는 어떤 전염병, 어떤 천재지변보다 작지 않다. 멀지 않아 모든 질병으로 인한 피해보다 커진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사고경감과 예방에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도 소통보다 안전 위주로, 자동차보다 사람 위주로 교통정책의 틀 바꾸기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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