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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목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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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목욕외교

입력
1999.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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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값비싼 외교라 할지라도 가장 값싼 전쟁보다는 훨씬 비용이 덜 먹힌다』는 말이 있다. 국가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는 협상이나 대화가 최선책이라는 뜻이다. 국가간의 분쟁을 대화나 협상 대신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면 피아(彼我)간의 엄청난 손실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소규모 국지전이라 해도 현대전의 참상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아무리 「주고 받는」 흥정의 대가나 희생이 크다 한들, 「죽이고 때려 부수는」 전쟁만큼이나 더 할까.■그러나 외교도 때론 팽팽한 긴장과 험악한 분위기일 때가 있다. 더러는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전쟁일보전 상태(brink of war)」의 경우도 허다하다. 오죽하면 외교를 「총성없는 전쟁」이라고 할까. 그래도 외교가 분쟁해결의 가장 저비용 방안임은 분명하다. 비스마르크가 지적했듯이 「과거의 원한과 분노를 삭일수만 있다면」 인류는 전쟁이라는 파괴수단 대신 외교적으로 얼마든지 갈등을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주말 2박3일간 한국을 다녀간 탕자쉬안(唐家璇)중국 외교부장의 방한활동이 시중에 잔잔한 화제다. 탕부장과 홍순영 외교부 장관의 목욕탕 알몸대화 때문이다. 두 사람은 탕부장의 제의로 경기 이천의 한 대중탕에서 200여명의 일반인들과 함께 알몸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원래 목욕탕 사교는 목욕이 생활의 일부가 된 일본인의 풍습이다. 일본인들은 절친한 친구들간에는 부부가 함께 알몸으로 목욕하면서 친교를 한다고 하니까.

■과거 주일 정무참사관 부부가 일본 아주국장 내외와 함께 나눈 목욕탕 친교 얘기는 우리 외교부에 전설처럼 전해 오고 있다. 가식을 버리고 진솔한 자세로 마음을 주고 받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탕부장의 파격은 9년간 일본에서의 외교관생활에서 유래한다. 두 외상간의 격의 없었을 알몸대화는 한중간의 밀월을 보는 듯하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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