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정치활동이 허용되고 민주노총이 합법화한 이래,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위태로울 정도로 급격히 정치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현정부와의 정책연합을 13일자로 파기하고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민노총은 경찰이 『최루탄을 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서울 도심에서 폭력적 시위를 벌여 240여명이나 되는 부상자를 냈다. 양 노총은 자신들이 예고한대로 새 천년을 앞둔 이번 세밑을 「겨울투쟁」으로 장식할 기세다.우리는 민노총의 합법화를 다행스런 결과로 평가하고, 그에 따른 양 노총의 성숙한 자세와 정치세력으로서의 책임을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노총은 대정부 강경투쟁 선언으로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옥죄면서 17일과 23일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고, 민노총은 합법화 이전의 투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폭력시위에 의존함으로써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여당을 파트너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의 철폐를 포함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해 왔으나, 이번 국회에서의 타결이 불투명해지자 초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셈이다.
한국노총의 전략변화가 아직도 과격한 방식으로 투쟁하고 있는 민노총을 의식한 선명성 경쟁에서 빚어진 것이라면, 앞으로의 노사정 관계에도 큰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양 노총이 급격히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자 재계 역시 정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는 노사정 관계가 대화와 타협의 방식이 아니라 극단적 힘겨루기로 흘러갈 조짐을 예고하는 것이다. 양 노총은 정치적 활동을 벌이되 질서와 양식을 지키는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 노총의 목표는 일차적으로 노사정위의 테두리 안에서 추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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