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0년후면 우리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법률적 의사소통의 대부분을 컴퓨터를 통해 하게 될 것이다. 늦어도 20년 후면 데스크톱 컴퓨터는 사라지고 대신 우리는 신발이나 허리띠, 안경 모양 등의 컴퓨터를 입고 다니게 된다. 음성인식 기술의 발달로 자판을 두드리지 않고 목소리만으로도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며 「인터넷」보다 훨씬 더 빠른 컴퓨터망에 무선으로 연결해 원하는 정보를 동영상이나 텍스트로 즉시 검색하거나 저장해둘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오늘날 대중매체에 기반을 둔 뉴스의 유통, 여론의 형성과 표출, 정치과정의 참여 등은 기본개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국민의 대표를 투표로 선출해 그들로 하여금 법을 만들게 하고 그 법에 의해 다스린다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들은 여론의 형성과 표출이 「종이 위의 텍스트」를 통해 이뤄짐을 전제로 한 것이다. 5년후면 우리나라에도 전자투표가 도입될 것이 확실시된다. 나아가 50년 정도 후에는 주요 사안에 대한 국민전체의 의사를 컴퓨터망을 통해 국민 스스로가 실시간으로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따라서 대의기관으로서의 의회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정보의 디지털화는 결국 국가를 「정보의 저장과 흐름의 체계」로 변환시킨다. 광화문의 정부 중앙청사는 바로 옆의 경복궁처럼 또 하나의 유물로 남게 되거나 아니면 커다란 전산실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권리로서의 프라이버시」가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권력의 민주성은 시선의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국민이 국가의 정보처리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면 민주주의다. 반대로 국가가 국민 개개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환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전체주의다. 이제 국가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그 자체며 권력은 컴퓨터 네트워크 속을 흐르는 정보에 대한 통제 가능성이다. 21세기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의미의 국가와 권력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김주환(金周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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