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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 10년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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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 10년 한눈에

입력
1999.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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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미술흐름을 과감하게 소개해 온 금호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했다. 89년 인사동에서 금호갤러리로 출발, 96년 사간동 지금의 자리로 옮기기까지 10년간 금호미술관이 개최했던 전시 건수는 총 320회. 10년동안 320번 열렸던 각각의 전시회를 하나로 묶어 15일부터 2000년 1월 21일까지 기념전 「1」을 펼친다. 1층은 추상과 구상, 2층은 풍경과 자연, 지하는 생명과 환경을 주제로 전시공간을 꾸몄다.큐레이터 신정아씨는 『그동안 금호미술관의 전시회를 열면서 작가들로부터 기증받은 미술관 소장품만을 대상으로 했다』 면서 『금호미술관 10년의 역사 속에서 한국현대미술 10년의 정황(정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강홍구 김영원 김호득 김홍주 민병헌 윤석남 이강일 손장섭 박항률 송현숙 이호철 육근병 주명덕 황규태 등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320명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등 네분야에 걸쳐 작품이 선보인다.

작가들이 금호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을 영예로 여길 정도로 금호미술관이 한국 화단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히게 된 데는 큐레이터의 기획력을 과감히 수용하고 최대한 재량권을 부여해온 미술관 측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호미술관의 예산은 다른 재벌 미술관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편. 미술관측이 밝힌 올해 예산은 10억원. 하지만 인건비, 관리비, 작품구입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전시기획이나 작가를 지원하는데 투자한 비용은 미미하기 그지 없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빈약한 재정에도 불구, 금호미술관은 이준(89년 삼성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박영택(90~97년 경기대교수), 신정아(98년~현재)씨로 이어지는 개성 넘치는 큐레이터들과 이를 100% 수용하는 미술관 측의 분위기 덕분에 질 높은 기획전을 과감히 펼칠 수 있었다.

초대 큐레이터인 이준씨는 금호미술관 개관기념전으로 「80년대의 형상미술전」을 개최, 미술계에 「형상(形狀)」 이란 단어가 화두로 떠오르게 했으며 「여성미술가전」 「오늘의 지역작가전」 등 당시로선 화단에서 소외돼온 여성, 지역 작가들을 서울의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는 데도 일조했다. 여성이나 지역작가를 당시에 미술계에 논의되기 시작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새로운 갈래임을 예민한 촉각으로 미술게에 알린 것이다. 2대 큐레이터인 박영택씨의 「한국모더니즘의 전개_근대의 초극: 1970_90」전 역시 70년대 이후 현대미술을 각 파트별로 살펴본 화제의 대규모 전시회였다. 후임 큐레이터인 신정아씨의 98년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 는 액자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사를 짚어본 기지 넘치는 전시회로, 재기발랄한 전시제목은 두고두고 미술계의 인용문구로 회자됐다. 그녀가 기획한 99년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회 「쿨룩이와 둠박해」전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춘, 대중과 함께 하는 전시회로 기록된다.

하지만 10년의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은 금호미술관이 이제는 진정한 미술관으로 자리매김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미술계 일부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금호미술관측의 작품 기증받는 문제. 미술관 측은 기획전이 아닌 초대전일 경우 대관비 대신 작가들로부터 100~200호 짜리 작품을 기증받는 것을 상례화하고 있다. 물론 몇백만원의 대관료를 부담하는 것도 벅찬 경제력이 없는 작가들로선 대관료 대신 미술관 측에 작품 기증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금호미술관이 정말 미술관다운 미술관으로 변모하기 위해선 이런 문제가 윤리적으로 용납받을 수 있는 것인지 짚어 보아야 할 것 같다.

또 젊은 작가들 중심으로 특색있는 기획전을 많이 연다는 금호미술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보다 좋은 전시를 위한 많은 연구와 기획,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강자 관장은 『앞으로 전시횟수를 줄이는 대신 도록제작 지원 등 젊은 작가에 대한 지원을 조금씩 넓혀 나가겠다』 면서 『외국작가들의 전시 유치등 보다 다양한 전시기획을 펼쳐 나가겠다』 고 밝혔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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