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권과의 「정책연합 파기선언」을 하는 등 동투(冬鬪)가 갈수록 강경화하면서 여권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여권은 특히 노동계가 이번 투쟁을 내년 총선에서 여권후보의 낙선운동으로 연결시키겠다고 공언하자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간의 밀월관계가 금이 간 것은 물론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이반 현상이 현실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여권의 이같은 당혹스런 입장을 반영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농성중인 한국노총 지도부를 겨냥, 『대선 당시 정책연대를 했다는 의리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왔다』면서 『지구상의 어느 노조가 집권당의 당사에서 농성을 하느냐』고 신랄히 비난했다. 특히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이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방문한 것과 관련, 『낮에는 한나라당을 찾아가 한가지도 양보를 못받아내면서 밤에는 우리 당사에서 숙식하는데 대해 많은 당간부들이 분노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대변인은 그러나 잠시후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이 농성중인 노총 간부들의 철수 소식을 전하며 『수위를 낮추자』고 말하자 당초의 브리핑 내용을 취소했다.
여권은 그렇지만 여전히 『노사문제는 노사정위에서』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어렵지만 자칫 잘못 개입할 경우 사태해결보다는 더욱 문제를 꼬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채정의장은 『노총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연대를 파기했으니 우리로서는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달리 대응을 할 방도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태희기자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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