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컴퓨터업계의 최대 주목대상은 리눅스였다는 것을 연말이 된 요즘에야 깨닫는다. 상반기에 한 외국웹진에서 『빌 게이츠는 리눅스의 트레이드마크인 펭귄이 가슴을 콕콕 쪼아대는 꿈을 꿀 것』이라고 비꼰 기사를 읽기도 하고 「윈도 반대」를 외치는 수많은 리눅스사이트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었다. 리눅스애호가들로 구성된 리눅스커뮤니티가 개설한 사이트들이었다. 그러나 리눅스를 써본 적이 없어서일까 그 힘을 실감하지는 못했다.리눅스의 힘이 전세계인에게 실감된 것은 지난 주다. 리눅스체계로 운영되는 서버제조회사 VA리눅스시스템즈(valinux.com)가 미 나스닥 증권시장에 주식공개를 했다. 공모가는 주당 30달러. Inktomi, Cysco, IBM등이 고객이어서 주가가 오를 것은 예상되었다. 그런데 주가가 로킷을 단 것처럼 솟아올랐다. 종가가 공모가의 8배가 넘는 250달러. 미 증시사상 최고의 상승률이라고 한다. Redhat, Andover 등 다른 리눅스관련 회사들도 올해 모두 나스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리눅스는 윈도에 비하면 아직 10대급이지만 누구에게나 사용과 개발이 공개된 소스이므로 「귀재(鬼才)해커들」이 발전시킬 가능성이 무한하여 그만큼 시장잠재력이 거대함을 투자가들은 눈치챘던 것이다.
주식공개 뉴스에서 많은 언론이 주목한 인물은 창업자인 오거스틴이다. 하룻밤 자고 나니 19억달러 갑부가 되었으며 검색엔진 야후의 제리 양과 스탠포드 동기생이라는등 화제가 많다. 그렇지만 실상 더 주목해야 할 인물은 기술이사인 에릭 레이먼드로 보인다. 오거스틴의 액수에 비하면 적지만 「뜻밖의 횡재」를 하게 된 레이먼드는 주식공개 다음 날 리눅스사이트들(slashdot.org, linuxtoday.com)에 공개편지를 썼다.
『공개소스로 돈을 번 셈이니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공개할 의무를 느낀다. 400억원이 생길 것이다. 이 돈은 나를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다. 15년간 해온대로 공개소스를 발전시키는 일을 돈걱정 하지 않으며 할 것이다. 미증권거래위원회(SEC) 규약에 따라 내년 6월 이후에나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다. 그 때 먼저 사고 싶은 것은 새 휴대전화, 담배 피우는 속도로 인터넷서핑을 하게 해줄 케이블, 플룻이다. 갑자기 착한 사람이 된 것처럼 이 곳 저 곳 자선단체에 기부하지는 않겠다. 진정한 해커를 위한 프로그램과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열대밀림의 땅 사기에는 기꺼이 기부하겠다』
레이먼드의 공개서신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저서 「새 해커사전」이나 홈페이지(tuxedo.org/~esr)에서 해온 주장대로 『공개하는 편이 더 좋다』를 실천하였기 때문이다. 컴퓨터전문가가 플룻도 사고 싶어 하고 지구환경도 생각한다니 호감이 가면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리눅스 개발 현주소가 궁금해진다. 리눅스관련 응용프로그램, 리눅스교육센터, 내장형 시스템등에 승부를 걸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
박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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