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D약국 B약사는 최근 인근 A의원장을 만났다. B약사가 『내년 7월 이후에는 약국 경영이 어려울 것 같으니 많이 도와달라』고 말하자 A의원장은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고 맞장구쳤다. 동네약국이 몰락하면 동네의원도 설 땅이 없어진다는 판단에서다.「적과의 동침」.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의약(醫藥)분업을 앞두고 적대관계로 돌아선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이 공생을 위해 「동침」을 시도하고 있다.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로 역할이 나눠질 이들의 짝짓기는 동네약국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9월 의약분업 실행안이 확정된 이후 병원앞에 약국을 차리는 소위 「문전(門前)약국」이 보편화할 조짐인데다 대형약국이 대학병원과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자 동네약국의 생존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것이다.
또 환자들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불편을 감안, 문전약국이 있는 대학 및 종합병원에 몰릴 경우 타격을 받게될 동네의원의 이해도 맞아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최근 부쩍 늘어나 서울지역의 경우 대학 및 종합병원이 없는 주거지역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이 서로 환자를 모아주기로 묵시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동침」의 형태는 환자상대의 특정 의원 및 약국소개, 전단지 등을 통한 공동 홍보가 주종이다.
서울대 의대 김용익(金容益)교수는 10~11일 제주에서 열린 의약분업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당분간 대형병원과 주변 약국에 환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의 짝짓기가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
다.제주=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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