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최강을 구가했던 미국의 IBM은 90년대초 죽어가고 있었다. 급기야 92년 한해에만 40억달러라는 미 역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임종을 고하는듯 했다. 7년뒤인 올 봄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이 회사의 소식을 다시 전한다. 당기순익이 최근 10년이래 최고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극적인 회생의 이면에는 루 거스너라는 불세출의 최고경영자가 있었다.■영미권에서 흔히 CEO로 불리는 「최고경영자」는 스포츠구단 감독처럼 몸값에 프리미엄이 붙어 회사를 옮겨다니는 철새같은 존재다. 이적 발표만으로도 해당사의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할 정도로 이들은 저마다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다. 선진외국 기업들은 피부색과 국적을 불문하고 유능한 최고경영자의 발굴과 외부 스카우트에 혈안이며, 실적이 나쁜 최고경영자는 가차없이 잘려 나간다.
■전문경영인을 잘 영입해 재미를 본 해외사례는 무수히 많다. 경쟁에 허덕이던 코카콜라사가 호이주에타회장을 들여앉혀 경쟁사를 대번에 따돌렸다 거나, 크라이슬러사가 아이아코카에 의해 재기한 사례는 이젠 고전에 속한다. 거스너 역시 그러한 「기업부실 전문의」중 하나다. 미국에선 증권투자자의 70%이상이 최고경영자의 이름만 보고 투자할 회사를 선택한다는 한 설문조사가 말해주듯이, 최고경영자는 곧바로 기업의 으뜸자산인 것이다.
■국민혈세를 퍼부은 대우 계열사들을 살려내야할 CEO들이 최근 속속 선임되고 있다. 뜻밖에도 대부분이 김우중시대에 조력했던 현직 고위간부들 이어서 아쉬움이 크다. 더욱이 인선과정에 막후로비도 더러 작용한 것으로 전해져 뒷맛이 개운치 않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희망을 거는 수 밖에 없게 됐다. 대우워크아웃작업이 전문경영인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 거스너 같은 걸출한 인물들을 키워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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