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옴 살바못자 모지 사데야 사바하…』9일 오후 궁예의 득도식(得度式)이 열린 충남 공주 마곡사 경내. 세속에서 몸과 입과 생각으로 저지른 죄, 3업(業)을 참회하는 「참회진언(懺悔眞言)」이 낭랑한 목탁소리와 함께 울려퍼졌다.
KBS가 내년 3월 4일 첫 방송을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중인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통일신라 경문왕의 본처가 후궁에서 난 서자 궁예를 죽이려고 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절로 숨어든 어린 궁예가 머리를 깎고 중이 되는 장면이다. 촬영스태프, 관광객 등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궁예역을 맡은 맹세창(9)의 득도식 장면이 촬영됐고 이어서 성인 궁예역을 맡은 김영철(39)의 삭발식도 거행됐다.
오후 2시 어린 궁예 득도식 촬영. 맹세창은 여러번 NG를 내며 굵은 눈물을 삼켰다. 삭도(削刀)가 머리에 잘 들지 않아 아프기도 하고 어려서 애꾸가 된 궁예를 표현하느라 왼쪽 눈에 붙인 검은 분장이 자꾸 눈 안으로 들어가 쓰라렸기 때문. 김종선 PD가 밖에 있는 엄마까지 불러 얼르고 달랜 끝에 2시간여만에 겨우 촬영은 마무리됐다. 촬영이 끝난뒤 맹군은 『속시원하다』고 다부지게 한마디.
이어 궁예역의 김영철 삭발식이 열렸다. 군대갔다 온 이후 처음 삭발한다는 김영철은 『궁예의 포악하고 야만적인 이미지는 역사의 승리자인 왕건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일 것』이라며 『백성과 함께 살고, 함께 움직이는 진정한 영웅으로서의 궁예를 표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곡사에서는 일곱살때 출가한 궁예가 10여년 뒤 정치적 야망을 품고 환속하기 까지의 생활을 찍을 예정이다.
궁예는 총150부작 예정인 「태조 왕건」에서 시작부터 100부작까지의 스토리 전개를 주도하는 중요 인물로 왕건 못지않은 비중있는 배역. 김영철식 궁예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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