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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32)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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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32)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입력
1999.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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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가 제시한 「무한한 진보」라는 위대한 약속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진단과 함께 시작하는 「소유냐, 존재냐」는 신좌파의 현대 사회에 대한 문명론적 비판과 그 맥을 같이 한다.자연의 지배, 경제적 풍요, 이를 통해 확장되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 과학기술문명이 가져오리란 믿었던 이런 희망들이 오히려 자연의 파괴와 개인의 소외, 정신의 물화를 넘어 문명 자체마저 파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20세기 초중반 세계대전을 겪던 서구 지식인들을 열병처럼 들끓게 했다. 이 우울한 전망 속에서 비판적 지성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서구문명 자체에 대해 반성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독일 출신 유대인 에리히 프롬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은 문명 비판가다 . 29년부터 4년 동안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몸담고 미국으로 망명한 후 줄곧 현대문명에 칼을 대는데 이용한 이론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방법을 사회현상으로 확대시킨 사회심리학이었다. 「신프로이트」 학파로도 불리는 그는 휴머니즘 정신을 밑바탕으로 현대 기술문명의 온갖 부조리와 병리현상, 그 속에서 피폐해지는 인간정신을 진단했다.

그가 말년에 저술한 「소유냐, 삶이냐」는 현대사회 인간존재의 문제에 대한 그의 사상을 총결산한 책이다. 범인의 일상적 경험에서부터 불타, 그리스도, 에크하르트, 마르크스 등의 사상까지 더듬으면서 그는 인간의 생존양식을 두가지로 구별한다. 재산·지식·사회적 지위·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양식」과 자기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하는 「존재양식」이다.

주체와 객체가 물건으로 환원되는 죽은 관계인 소유양식이 존재양식을 압도해 인간의 기본적 생존양식이 됨에 따라 현대문명이 좌절했다는 것이다. 아무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면서 생을 긍정하고 타자와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양식」이 복권되는 길은 무엇일까?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심리적 측면에서만 머물지 않고 사회경제 체제의 변혁까지 나아간다. 그 제안의 핵심은 중앙집권화를 배제하면서 개인 각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다.

■에리히 프롬

190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생 1929년부터 프랑크푸르트 사회조사연구소 에서 활동 1934년 미국으로 망명 컬럼비아 대학과 베닌튼 대학을 거쳐 52년 멕시코 국립대학 교수 취임 80년 타계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 「건전한 사회」(55) 「사랑의 기술」(56) 「소유냐 존재냐?」(76)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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