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은 인도 태생의 아마티아 센(66·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이 받았다. 뜻밖의 사건이었다. 그는 경제윤리 소득분배 후생경제학 등 그동안 경제학에서 홀대해 온 분야에 몰두해 온 학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수상은 기존 경제학에 대한 반성이자 규범의 회복을 촉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그의 책이 처음으로 국내 번역됐다. 「불평등의 재검토」(이상호·이덕재 옮김, 1만3,000원)와 「윤리학과 경제학」(박신성·강신욱 옮김, 8,000원)이다. 두 책은 70년대부터 경제학 뿐 아니라 사회윤리나 정치철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의 폭넓고 깊은 학문세계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윤리학과 경제학」은 현대경제학과 도덕철학의 관계를 검토한다. 첫머리에 재미있는 인용구가 나온다. 『의지의 엄청난 노력으로/타고난 자애심을 극복하고/「정치경제학 원리」를 쓰다』 벤틀리가 존 스튜어트 밀을 칭송한 시구이다. 그동안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해 온 실증주의자들은 『선의나 도덕감정 같은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하고 단순하고 냉정한』 모델을 선호해왔다. 센은 그것을 비판한다. 『현대경제학의 특징은 자애심의 결핍』이라고 비꼰 뒤경제학이 윤리학과 분리됨으로써 빈약해졌다고 비판한다. 인간 행위는 윤리적 성찰과 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류경제학은 자기이익의 극대화라는 편협한 계산논리로 모든 것을 환원, 현실을 설명하는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윤리 선언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계산논리에 입각한 경제학의 공학적 모델이 빈곤이나 기아 등 윤리적 문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함을 동시에 밝히고 있다. 요컨대 그는 윤리학과 경제학의 상호협조를 강조하면서 그동안 경제학이 소홀히 다뤄 온 윤리적 관점의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윤리학과 경제학」이 담고있는 윤리적 성찰은 「불평등의 재검토」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그는 막연한 평등이 아니라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인간의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선택된다. 인간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평등을 평가하는 획일적 기준은 불합리하며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다양성은 결코 무시되거나 「이후에」 도입될 수 있는 부차적이며 번잡스런 요인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평등에 대한 관심에서 본질적인 측면이다』 그가 불평등에 접근하는 방식은 「성취수준」이 아니라 「성취할 수 있는 자유」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는 소득수준으로 빈곤선을 가르는 기존 접근방식의 한계를 명백하게 밝히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 관점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한다. 『소득중심에서 능력중심으로 방향전환을 함으로써 빈곤극복이 의미하는 바를 좀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두 책에서 센은 매우 정교하게 개념을 분석하고 설득력있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힘있고 명료한 글로, 실증주의 경제학이 잃어버린 것과 왜곡한 것들을 밝히면서 반성과 전환을 촉구한다. 마침 지난 주 세계은행(IBRD)은 한국의 도시빈민이 97년 9%에서 98년 19%로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삶의 질과 분배, 복지를 고민해야 하는 한국경제는 센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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