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남자실업배구가 붕괴 일보직전이다. 13일 2000년 슈퍼리그 선수등록을 앞둔 남자실업배구의 위기는 1년넘게 끌어온 삼성화재의 싹쓸이 스카우트파문에서 비롯되고 있다.삼성화재의 우수선수 독식은 심각한 팀간 전력의 불균형을 넘어 일부구단의 선수난을 가져와 리그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우려되고 있다.
남자배구 4강팀중 삼성화재를 제외한 현대자동차 LG화재 대한항공 3개팀은 지난 2년간 신인스카우트를 전혀 못한 가운데 은퇴와 군입대로 인한 공백을 메우지 못해 10명도 안되는 미니선수단으로 전락했다. 특히 일부팀은 선수단의 고령화와 부상 등으로 포지션을 제대로 맞추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전력불균형은 더욱 심각하다. 김세진 신진식 등이 포진해 실질적인 대표팀이라 불리는 삼성화재와 비교하면 상대할 의욕조차 나지 않는다는 푸념들이다. 일부에서는 「99월드컵대회서 세계 7위에 오른 국가대표팀과 어떻게 맞설 생각을 하겠느냐」고 하소연이다.
팀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 성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돈을 들여 구단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맨날 특정팀의 우승 들러리만 설 수 있겠느냐는 강경한 입장이다. 더욱 딱한 상황은 스카우트파문과 함께 배구인끼리의 불신도 깊어져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대한배구협회도 사태를 수습할 행정력을 상실한 가운데 최근 최수병회장이 뒤늦게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배구인들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남자실업배구는 지난 1년간 전국체전을 비롯한 각종 대회에 일부팀의 불참으로 파행적 운영을 거듭해 왔다. 비록 분쟁의 당사자인 4개팀 감독이 2000년 슈퍼리그의 파국만은 막자며 대회참가에 원칙적 동의를 했다지만 원만한 진행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일부 스타플레이어를 응원하는 팬들은 있겠지만 심각한 팀간 전력불균형으로 승패가 뻔해진 남자배구가 슈퍼리그서 더욱 시들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소리가 높다.
장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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