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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열전] 왕이된 '젊은 오빠' "이거, 쑥스럽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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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열전] 왕이된 '젊은 오빠' "이거, 쑥스럽구먼"

입력
1999.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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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하룡「쉰 옥수수」, 이제 그는 정말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섰다. 하지만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빨간 양복을 입고 나타난 그는 어쩔 수 없는 「젊은 오빠」다.

『평소에는 모자 쓰고 캐주얼 복을 입고 다니는데. 아 쑥쓰럽네』

임하룡(47). 「하룡서당」 「도시의 천사들」 「청춘을 돌려다오」 등으로 80년대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개그계의 못말리는 젊은 형님.

「도시의 천사들」에서 껄렁껄렁한 목소리로 『아, 이 나이에 내가 하리』라며 어깨를 건들거릴 때면 보스 폼이 나지만, 순간 다리를 꺾으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트위스트 춤으로 들어가고 난 후 『아, 이거 쑥쓰럽구먼』이라며 고개를 긁적이면 헐렁한 「건달 성님」이 된다.

방송가에서도 그는 인정 많은 형님이다. 80년 느지막한 서른의 나이에 데뷔 해 동기생들 뿐 아니라 선배들 보다도 나이가 많았지만 그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에는 허물없는 정(情)의 표현이 담겨있다. 『인간이 워낙 착해서….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사이예요』(김미화) 『하룡이 형은 기본이 된 사람이예요. 그 나이에도 무게잡는 법이 없고 두루두루 친해요』(박중민 PD)

그는 학창 시절 한 반에 꼭 한 명쯤은 있을법한 「악동」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 하며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주범이지만, 엉뚱함으로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의리 하나로 통하던 그 시절 그 추억 속의 인물. 그가 90년 「추억의 책가방」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못살았지만 폼나게 살고 싶었던 시절의 순박한 모습은 학창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가 바로 「빨간 양말」의 원조이면서 이른바 90년대 복고 바람의 원조격인 셈이다. 『학창 시절의 내 얘기를 하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했지요. 원래 제목은 「가방끈이 짧아요」였죠. 허허』

덜렁대며 허점도 많은 연기를 하는 듯 하지만 그는 사실 뛰어난 애드립과 탄탄한 연기실력을 갖춘 코미디언이다. 그는 『빈틈없는 코미디 연기는 오히려 코미디의 장점을 못살린다. 뭔가 허술한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부담없이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희극이란 본디 인간의 약점을 스스럼없이 노출시켜 웃음으로써 극복하고자 하는 작업이란 걸 깨닫고 있다.

그는 지난달부터 방송된 KBS2 「코미디 세상만사」의 「어린 왕자」에서 심형래와 다시 콤비를 이뤘다. 「하룡서당」 「변방의 북소리」 등으로 장안에 화제를 뿌렸던 이 콤비가 덜 떨어진 왕자(심형래)와 그를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왕으로 10여년 만에 뭉친 것.

『아바마마, 기체는 만수무강이고… 산후조리는 잘 되는지요』(심형래) 『너, 정말 신지식인 맞냐. 그러지 말고 너한테 어울리는 거나 해, (영구 폼으로) 띠리리 띱디리』(임하룡) 『뭐, 내가 바보예요?』(심형래) 『그래, 너 바보 맞아』(임하룡)

척척 들어맞는 짝이다. 하지만 이 황금 콤비도 요즘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다.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침체된 탓일까? 『요즘은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에서 개그맨들이 많이 활동하는데, 유행은 돌고 도는 거예요. 개그콘서트처럼 그 때도 쇼비디오자키가 공연식 개그로 큰 인기를 끌었죠. 새로운 감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또래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거죠』

스스로 「새가슴」이라며 소심하다는 그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중자애」라는 말을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다른 일에 도전해 본 적은 없지만 남녀노소 구분없이 전계층에 편안한 웃음을 주는 일만으로도 그는 행복한 「젊은 오빠」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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