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세·교통세·농어촌특별세 등 목적세를 폐지하겠다던 정부의 방침이 끝내 무산됐다. 이들 목적세 폐지는 올해 세제 개혁의 핵심과제중 하나였지만, 정부는 관련 법안을 올해 국회에 아예 상정하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존치시한이 없는 교육세는 별도의 폐지조치가 있을 때까지 무한정, 교통세와 농특세는 존치시한인 2003년 12월과 2004년 6월까지 각각 남아있게 됐다.목적세는 쓸 곳을 미리 정해 놓고 세금을 거둬들이는 칸막이식 재정운용이어서 한시적이어야 하고 규모가 크지 않아야 한다. 목적세의 종류가 많고 비중이 크면 조세체계 자체가 왜곡된다. 국민의 세금이 국회 심의도 안받고 나가는 데다 재정지출의 경직성을 초래해 재원을 낭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들은 목적세를 매우 엄격히 제한해 환경보호 재원 등으로 전체 국세의 1% 정도만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목적세가 국세의 22%를 차지해 정상적인 상태는 결코 아니다.
정부는 조세체계를 간소화하고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목적세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었다. IMF와 OECD에서도 이를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안 상정 자체를 포기했다. 관련 부처와 이익집단이 강하게 반대했고, 이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목적세를 없애겠다고 해서 교육·농어촌·사회간접자본(SOC) 등 중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만큼 당당히 국회의 심의를 거치자는 것이다. 예산 배분은 투자우선순위의 결정이어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농어촌 구조개선 자금 유용과 같은 사건이 더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의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는 사안들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 재벌의 변칙적인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한 대주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강화 방안이 사실상 유야무야가 됐고, 지주회사에 대한 세금감면폭이 당초 안 보다 대폭 확대됐다. 또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탈루를 막기 위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후퇴했고, 고급 주택 범위의 확대방침도 백지화했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이익집단의 압력에 밀리거나 지나치게 표를 의식해 개혁이 후퇴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개혁 후퇴는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을 실망시켜 얻는 표 보다는 잃는 표를 더 많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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