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도가 바뀐다.11일 폐막된 유럽연합(EU)의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15개 회원국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대륙과 마주보고 있는 아시아의 회교국 터키에게 회원국 후보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EU 후보 회원국의 수는 모두 13개국으로 늘어났으며 EU의 영향력이 처음으로 바다 건너 아시아에까지 미치게 됐다.
EU정상들은 또 유럽의 신속대응군 창설 원칙에 합의하는 한편 21세기의 유럽의 단합과 평화, 번영을 함께 구가하자는 미래비전을 담은 「밀레니엄 선언」을 채택했다.
터키에 대한 EU의 회원국 지위 부여 결정은 수십년을 끌어온 에게해와 키프로스 분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뿐 아니라 유럽의 가톨릭 문명이 이질적인 회교문명국을 받아들인 종교적 화해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 회담이 끝난 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이 『유럽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터키가 『세기의 만남』이라고 화답한 것도 양쪽의 굴절많은 역사적 배경을 함축하고 있다.
지난 36년동안 일관되게 EU 가입을 추진해온 터키에게는 지정학적으로 유럽에 속해 있으면서도 종교·인종적 차이때문에 소외돼온 한을 풀고 정말로 유럽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또 EU는 정치·종교적으로 상이한 터키를 받아들임으로서 영토 확장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발칸 제국과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공화국과도 가입협상을 시작해 회원국 수를 2배이상 늘릴 전망이다.
EU 정상이 터키를 받아들이면서 내놓은 전제조건은 「인권」과 「영토분쟁」의 해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절묘한 제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상들은 『터키가 쿠르드족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의 사형 결정을 취소하고 그리스와의 영토분쟁을 끝낸다면 회원국 후보 자격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정상들은 이같은 조건부 회원가입안을 설명하기위해 10일 터키의 수도 앙카라를 방문한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위원장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지않는 나라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에제비트 터키 총리는 회교의 전통적인 라마단 금식기간에도 불구하고 헬싱키로 달려가 정상들과 오찬을 함께 한뒤 전제조건을 수락했다. 에제비트 총리는 『EU가 터키에게 후보 회원국 자격을 부여한 것은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EU 정상들은 또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체첸공습을 강력히 규탄하고 러시아와의 무역협정을 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역내 분쟁인 영국과 프랑스의 쇠고기 분쟁을 사법적 판단에 맡기고 최대 이슈였던 이자소득세 문제는 다음으로 해결을 넘기는 등 EU 자체의 취약성을 이번에도 드러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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