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가 단체장들 딴주머니-
日서도 시민파워로 공개 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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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공비 공개수준 기대못미쳐"
시·도지사가 재량껏 쓸 수 있는 「진짜」 판공비는 얼마나 될까.
고건(高建) 서울시장에 이어 자치단체장의 판공비 공개가 잇따르면서 오히려 그 규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도마다 단체장 판공비의 개념과 규모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판공비 공개 경쟁의 스타트를 끊은 고시장도 판공비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시책업무추진비중 시장 몫인 3억5,000만원과 기관운영업무추진비 1억7,640만원 등 5억2,640만원이 올해의 「공식」판공비라고 말했다.
과연 그것 뿐일까. 예산이 10조원을 웃도는 수도 서울의 수장(首長) 판공비가 5억원 정도밖에 안된다는 걸 수긍하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시도의 예를 보면 더욱 헷갈리게 된다.
우선 서울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판공비는 5억4,600만원이다. 인구 52만여명에 불과한 제주도의 우근민(禹瑾敏) 지사 판공비는 서울시장의 두배 가까운 10억9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자치단체장의 판공비가 인구와 예산, 면적 등 객관적 잣대와 거리가 먼 데는 각 시도가 판공비의 범위를 서로 달리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시책업무추진비중 시장의 몫과 각 실·국의 몫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시와 제주도는 『각 실국의 업무추진비라도 시장이 사용한 액수를 포함시켜 서울시장보다 많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고시장이 공개한 두 개 항목의 판공비중 기관운영업무추진비는 행정자치부가 각 시도에 내린 「예산편성 지침」에 따른 모범답안이다. 때문에 진짜 시장의 판공비 규모를 알아내려면 시책업무추진비 가운데 각 실·국에 분산 편성된 시책업무추진비중 시장이 「전용」한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서울시는 행자부 지침에 따라 85억원까지 조성할 수 있는 시책업무추진비를 올해는 예산절감 차원에서 30% 깎아 59억원을 편성했다. 시민단체들은 각 실·국의 업무추진비(55억5,000만원)를 시장이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실제로는 시장이 상당액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각 실·국 업무추진비에 「숨겨진」서울시장의 판공비 총액이 10억∼30억원 수준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도 『각 실·국의 업무추진비중 시장이 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부시장과 실·국의 업무추진비도 단계적으로 공개, 의혹을 해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판공비 사용내역을 입증하는 증빙서류제출 범위도 제각각이다. 서울은 시장 판공비 지출일자와 금액, 지출사유에다 지출결의서, 신용카드 영수증까지 첨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참석자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비해 부산은 큰 항목의 배정액과 실제 사용금액은 밝혔지만, 선심행정용 경비 지출여부를 가릴 수 있는 세부지출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도 관련 영수증은 공개하지 않은 채 규모만 밝혔다.
시민 단체들은 『대부분의 시도 지사가 식사 등 접대비 부분에만 판공비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다』며 『이는 시·도정 발전과는 무관한 선심성 지출』이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 하승수(河昇洙) 변호사도 『고시장 등이 실·국의 업무추진비중 얼마를 썼는지를 공개하지 않은데다 참석자의 명단도 밝히지 않아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구청장 판공비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부산의 경우 내년도 기장군수(인구 7만5,000명)의 시책업무추진비가 1억4,000만원인 반면 30만명이 넘는 남구는 1억원을 밑도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도지사의 잇단 판공비 공개가 투명행정으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서울시 권영규(權寧奎) 총무과장은 『시장 판공비 발표이후 시민단체 등에서 증빙서류 열람 등을 통해 사용내역을 점검했으나 뚜렷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시장 판공비 공개를 계기로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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