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에 근무하는 L씨. 납품업체에 어음을 내주는 대신 이젠 간편하게 기업구매카드로 계산한다. 퇴근후 동료와 함께 실내포장마차에서 가볍게 소주 한잔. 동료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현금을 꺼내려하자 L씨는 전자화폐로 계산한다」「제3의 결제수단」이 뜨고 있다. 각종 부작용이 많았던 어음은 투명한 「기업구매카드」로 바뀌고 사용이 번거로운 동전 대신 「전자화폐」가 사용된다. 20세기 결제수단인 어음과 현금의 자리에 새로운 결제수단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있다.
■어음이 필요없다
LG상사는 최근 하나은행과 제휴를 맺고 어음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신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LG가 물품을 구매한 뒤 즉시 하나은행에 납품 내역을 전송하면 다음날 하나은행이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 LG는 정해진 결제일에 하나은행에 이자와 함께 대금을 결제하면 그만이다.
하나·신한·한미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이 이같은 방식의 「기업구매카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과 잇따라 제휴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LG상사를 비롯해 제이씨현시스템, 동원산업, 보광훼미리마트 등 지금까지 은행과 제휴를 맺은 업체만 30여개. 기업은 어음발행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납품업체는 물품납입과 동시에 자금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구매카드제도의 도입은 「윈_윈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자화폐로 모든 거래를
신용카드의 틈새영역인 소액거래에 적합한 전자화폐의 실용화는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금융정보화추진 은행소위원회」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96년부터 준비해온 전자화폐 「K Cash」가 내년 3월부터 서울 역삼동 일대에서 시범통용된다. 동전거래 및 소액 현금거래가 많은 백화점, 식당, 가판점 등 소매점과 각종 자판기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카드도 전자화폐 「몬덱스 카드」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내년 3월부터 제주도와 한국종합전시장(COEX), 한양대 등에 본격 보급할 예정이다. 특히 카드간 금액이전이 가능하고 외국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K Cash」보다 활용폭이 넓다.
이밖에 비자카드가 「비자 스마트」의 여의도 지역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으며 「아이캐시」 「아이민트」 등 전자상거래용 소규모 전자화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전자화폐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취급가맹점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또 위·변조 가능성이나 보안상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것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