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을 수거해 공동의 삶을 꾸려나가는 이웃들이 있다.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 118의1 장애인 복지기관 「해냄공동체」(원장 김태회·45)는 노래방에서 나오는 알루미늄캔 등 재활용품으로 29명의 장애인들과 소년 가장들이 함께 살아간다.96년 9월 1억6,000만원을 들여 장애인들의 둥지를 마련한 김원장과 상주 자원봉사자 2명은 매일 저녁 8시면 트럭 2대를 몰고 알루미늄캔을 수거하기 위해 고양 파주 서울 일대를 누빈다. 격일로 노래방 380곳을 돌면서 재활용품을 수거한후 둥지로 돌아오는 시간은 일러야 다음날 새벽5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 지도 거의 1년이 다 됐다. 처음에는 지하실까지 오르내리느라 힘들었지만 이들의 뜻을 알게 된 업주들이 이제는 재활용품을 노래방 근처 쓰레기통에 직접 담아주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김원장은 낮시간에는 인근 골프장과 학교에서 폐지, 고철 등을 수집하느라 하루 16시간을 뛰고 있다. 이들은 외부의 후원을 전혀 받지 않고 알루미늄캔과 길거리에 내다버린 종이박스, 고철 등으로 매달 400만~500만원을 벌어, 자립의 생활을 한다.
이들이 알루미늄캔 수거에 나선 것은 다운증후군을 앓던 예린이가 해냄공동체 일원이 되면서부터. 지난해 6월 생후 19일밖에 안된 예린이가 「해냄공동체」간판아래 버려진후 시름시름앓다 합병증으로 심장병까지 겹치자 예린이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재활용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린이는 해냄공동체 식구들의 정성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2월 식구들의 곁을 떠났다.
예린이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시작한 재활용품 모으기는 이제 해냄 공동체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됐다. 이전에는 김원장이 학교·군부대에서 인성교육 강의료와 화장지 판매, 집수리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군부대 군인들과 자원봉사 학생들이 재활용품 선별작업을 도맡아 도와주고 있다.
김원장은 『사회에서 소외돼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면 누구나 해냄공동체 식구가 될 수 있다』며 『2001년까지 지금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부지 1,200평가운데 600평을 구입해 어엿한 터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344)962-4555
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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