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 감돌기 시작한 진보적 바람에 미국이 적지않이 경계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좌파의 세력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챠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가 「제2의 쿠바」가 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기때문이다.물론 중남미 국가들이 반자본주의와 반미주의로 회귀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6월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유럽연합(EU) 자유무역지대」 창설 합의 등 탈미(脫美)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남미를 「뒷마당」처럼 여기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12일 실시되는 칠레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집권 중도좌파 연정 출신의 노련한 사회주의자 리카르도 라고스(61) 후보가 근소한 차이지만 보수 우익연합의 호아킨 라빈(46) 후보를 앞서고 있다.
「사회주의의 부활이냐, 보수우익의 재건이냐」를 놓고 선거운동 초반부터 관심을 끌어온 칠레 대선에서는 중도좌파 후보측이 중반까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위력을 보인 좌파 상승세에 편승할 수 있었다.
이바람에 보수우익 연합의 라빈 후보도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보수 이미지를 벗기위해 빈민층을 집중적으로 공략, 영세민의 집까지 찾아가 밤을 새우며 토론하는 등 새로운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제헌의회를 구성, 「유신정책」을 펴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미 국가안보위원회(NSC)의 고위관리 출신인 콘스탄틴 멘제스가 『쿠바가 갔던 길을 밟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석유부국인 베네수엘라가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해온 쿠바의 복사판이 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달갑지않은 일이다. 멘제스는 『챠베스 대통령이 콜롬비아의 좌익 게릴라 운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대선때 이라크와 리비아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차베스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보다 반체제 인사에게 더욱 관용적이라며 양국을 동일시하는 시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는 31일을 기해 파나마 운하의 관리권을 넘겨줘야하는데 따른 미국의 불안감도 해소되지않고 있다. 홍콩의 재벌 리카싱의 허치슨 왐포아 그룹이 운하 양쪽 항구의 장기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기때문이다.
미 행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캐스퍼 와인버거 전 국방장관은 7일 『중국이 세계 3대 해상로(파나마 운하)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놓칠 리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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