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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옐친과 장쩌민의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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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옐친과 장쩌민의 포옹

입력
1999.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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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나 「미국비난의 합창」을 힘껏 불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앞세워 코소보사태에 무력개입했던 미국은 러시아의 체첸전쟁과 중국의 티베트자치문제도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이런 미국의 독주에 대한 불만과 위기의식이 중국과 러시아 지도부에 팽배하고, 결국 공동대응을 모색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옐친은 공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병약해 있다. 그럼에도 베이징을 방문하여 『러시아는 핵무기를 소유한 국가』라고 공공연히 말한 것은 체첸전쟁을 비난하는 서방에 역공을 취하고, 더 나아가 중국과 공동으로 미국을 견제해야 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장쩌민 중국주석은 이런 옐친을 포옹하고 그의 역성을 들었다.

이런 양국의 반미(反美)결속은 최근 중국의 변화와 묶어서 아시아 지역의 역학구도에 적지않은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일이다.

중국은 자유무역을 통한 국력배양이라는 차원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입등 미국과의 협력을 꾀하고 있는 한편, 국제무대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방위외교 노력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장쩌민주석은 유럽 중동 6개국,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아세안+3」회의를 계기로 동남아 4개국, 리펑 전인대 상임위원장은 남아공과 이스라엘등 4개국을 방문하는등 중국수뇌부 3인의 방문외교 공세는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주룽지총리의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순방은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눈길을 끌 만하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지역인 스프래틀리군도문제에 대한 이행 당사국과의 협의 모습은 선린외교 강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미 비난의 선봉에 선 마하티르정부가 제안한 동아시아 통화기금 설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런 외교활동을 좁게 해석하면 대만과 티베트등 중국문제에 대한 집안단속의 수단이지만, 넓게 해석하면 21세기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對美)견제 결속은 우리의 외교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 추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의 햇볕정책은 미국과 북한과의 포괄협상에 그 운명을 맡기다시피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또 하나의 북한변수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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