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보안청이 내년부터 해저의 지각변동을 관측, 대지진의 조짐을 포착하는 의욕적인 실험에 들어간다. 이론상 지진예측의 첩경인 해저지각변동 관측을 세계 최초로 실현하는 것으로서 이제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온 지진 예측의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플레이트 이론」에 따르면 지진은 플레이트의 충돌·상호작용의 결과다. 해양 플레이트가 끊임없이 대륙 플레이트 아래로 파고 들면 대륙 플레이트는 휘어 끌려들어가다가 한계에 이르면 되튀어나온다. 그 직접적인 결과가 플레이트 경계면, 즉 해구 주변의 해저를 진원으로 한 해양성 지진이다. 또 되튀어나오기 전에라도 대륙 플레이트 내부에 압력이 응축되면 흉터를 터뜨리듯 지각 내부의 활성단층을 움직이는 직하형 지진을 가져올 수 있다. 95년의 고베(神戶)지진이나 올해 터어키·대만의 지진이 모두 이런 예였다.
일본은 이미 전국 1,000여개소의 지상 관측지점을 묶은 위성 위치관측 시스템(GPS)을 활용, 연 수㎝씩의 지각 이동을 확인한 바 있다. 보다 뚜렷한 해저의 지각 변동을 관측해 지상 관측 자료와 종합하면 대지진의 조짐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해상보안청 실험의 골자다.
해상보안청은 우선 도호쿠(東北)·산리쿠(三陸) 앞바다의 해구에 3개 해저기준국을 설치하고 여기서 정기적으로 해상관측선에 보내오는 음파신호를 포착, GPS로 해저지각의 이동을 확인한다. 해저의 지각이동이 중단되거나 이동 속도가 크게 느려질 경우 대륙 플레이트의 인내력이 한계에 이른 신호로 판단, 지진 경고를 발할 수 있다.
도쿄(東京)대학 지진연구소의 기쿠치 마사유키(菊地正幸) 교수는 『지진발생 시점 예측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시도』라며 『해저 관측지점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면 에너지 축적 방향을 파악, 지진발생 장소도 압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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