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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 사로잡은 20세기 최고요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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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 사로잡은 20세기 최고요리는?

입력
1999.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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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은 손 맛」이라는 속담이 있다.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솜씨가 좋아야 제맛이 난다는 뜻이다. 만고의 진리나 다름없는 얘기지만 예외도 있다.인위적인 「손맛」보다는 자연적인 맛, 원재료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천연의 미각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는 음식들이 있다. 최고의 요리사들조차 인공적인 솜씨를 가하기가 쑥스러울만큼 그 자체로 완벽한 재료들이 있다.

식도락을 예술의 경지까지 승화시킨 20세기,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을 사로잡아온 최고의 「요리」들은 무엇일까. 한국일보는 국내 주요 호텔과 레스토랑의 일류 주방장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세기를 넘어서도 변치 않을 「20세기 최고의 미각」을 추천받았다.

한 사람당 1위부터 5위(순위에 따라 가중치 부여)까지 5가지씩의 음식을 추천토록 한 뒤 추천된 음식의 총점을 합산, 점수 순으로 다시 10가지 음식을 추려냈다.

1위는 프랑스 고급요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거위간(푸아그라). 설문에 응한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1∼3위 이내로 추천리스트에 포함시킨 요리다. 철갑상어알·송로버섯(혹은 달팽이)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거위간은 프랑스에선 상류층의 파티나 축제 때 으레 등장하는 단골메뉴.

영양학적으로도 완벽에 가까운데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과 중후한 맛으로 미식가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고상한 요리로 손꼽히지만 만드는 과정은 무척이나 잔인한 편.

거위 주둥이에 30㎝ 길이의 깔때기(먹이공급 호스)를 박아 넣고 몇주동안 어둡고 좁다란 밀실에 가둔 뒤 옥수수나 콩 등 거위가 싫어하는 곡물류를 억지로 먹인다. 이렇게 사육된 거위는 간이 기형적으로 커지고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뚱뚱해지는 데 그 거위의 간을 요리에 사용한다.

2위에 오른 상어지느러미(샥스핀)는 『살아 있는 것은 사람 빼고 모두 먹는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요리재료. 젤라틴 성분의 매끄러운 맛이 식욕을 돋워주기 때문에 식전 수프로 많이 사용된다. 중국은 공산정권 수립이후 「반 혁명적 특권층의 요리」로 규정해 샥스핀의 조리를 금지했다가 80년대말 해금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기행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안으로 들어왔다」에서 『마치 바다에 떨어지는 눈처럼 혀 위에서 녹아,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내리더니 불현듯 사라졌다』는 말로 샥스핀 수프의 맛을 회고하고 있다.

한국산을 「최고」로 치는 자연송이(3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진미다. 수령 20∼26년 사이의 소나무 잔뿌리에서만 발아한다는 송이는 한번 난 자리에는 절대로 다시 나지 않고, 부자지간에도 서식장소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귀족 버섯」.

입안 가득 퍼지는 독특한 향과 쫄깃쫄깃한 맛, 풍부한 영양이 어떤 음식과도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석쇠에 살짝 구어먹는 것만으로도 천하별미를 느낄 수 있다.

범접하기 힘든 희귀 재료일수록 미식가들의 짝사랑은 더욱 강렬해진다. 6위에 오른 홍제비집이 대표적 예. 열대지방의 제비들은 얕은 바다의 해조류나 작은 물고기를 물어다 바닷가 절벽이나 동굴에 집을 짓는데 종족 보존을 위해 워낙 급하게 집을 짓다보니 더러는 부리에서 피가 나기도 한다. 이 피가 스며들면서 빨갛게 건조된 제비집을 채취, 활용한 것이 바로 홍제비집 요리다.

어두육미(魚頭肉尾)의 진수라고 할만한 도미머리도 최고의 미각에 올랐다.

「생선의 귀족」「백어(百魚)의 왕」으로 불리는 도미는 생선의 나라 일본에서도 잔칫상에 빠짐없이 오르는 최상의 음식. 특히 머리에 영양이 몰려 있어 도미머리는 다른 생선과 달리 찜이나 구이, 조림 등 다양하게 조리된다.

머리뼈 조각조각에 붙어 있는 고깃살들이 제각기 맛이 다른데, 식사를 할 때는 머리뼈 중에 실제 도미 머리모양처럼 생긴 속칭 「도미 속의 도미」뼈를 찾아낼줄 알아야 미식가의 대우를 받는다.

일류 요리사들은 이 외에도 태평양의 풍미를 가득 품고 있는 영양의 보고(寶庫) 바닷가재, 참치 뱃살을 모아놓은 것만큼이나 고소하고 기름진 은대구, 복어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복어이리(수컷 뱃속에 있는 흰 정액덩어리), 서양요리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아스파라거스, 허브의 일종인 레몬그래스 등을 금세기 최고의 미각으로 추천 했다.

구본길 63빌딩 「스카이라운지」 주방장

랄프 프래너(Ralph Frehner) 하얏트호텔 총주방장

박효남 힐튼호텔 조리이사

안효주 신라호텔 일식담당 조리과장

유명곤 웨스틴조선호텔 한식당 「셔블」 주방장

이상정 리츠칼튼호텔 조리부장

이자선 워커힐호텔 조리팀장

정병호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 주방장

주업림 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 주방장

크리스찬 에이블(Christian Abell) 르네상스호텔 총주방장

①거위간

②상어지느러미

③자연송이

④바닷가재

⑤도미머리

⑥홍제비집

⑦복어이리

⑧은대구

⑨아스파라거스

⑩레몬그래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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