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깎은 머리에 단단한 체구. 단신(198㎝)에도 불구하고 2㎙가 훨씬 넘는 장대들 틈바구니에서 리바운드를 따내고 골밑슛을 집어넣던 작은 거인. 팬들은 피닉스 선즈의 파워포워드 찰스 바클리(36)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바클리는 늘 하던대로 9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세븐티식서스와의 원정경기서 상대 타이론 힐이 슛을 날리자 슛블럭을 하기 위해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 순간이 미프로농구(NBA)에서 16년간 활약하며 당당히 한페이지를 장식한 바클리의 은퇴무대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더구나 필라델피아는 그가 루키생활을 했던 팀. 바클리는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무릎 슬개골 근육이 파열, 더 이상 선수생활이 불가능하게 됐다. 『9살때 농구를 시작한 후 단 하루도 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는 찰스 바클리에게 있어서 농구는 인생 그 자체였다.
92, 96년 올림픽서 드림팀 멤버로 금메달을 획득하고 피닉스 선스에 소속됐던 93년엔 NBA MVP를 거머쥐는 등 화려하기 그지없는 선수생활을 했지만 바클리는 고독한 「코트의 난폭자」였다. 온갖 명예를 차지했으면서도 챔피언타이틀과는 끝내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바클리는 『농구를 즐겼을 뿐 챔피언타이틀도 엄청난 부도 탐내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챔피언타이틀을 향한 그의 노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전력보강에 소홀한 소속팀을 떠나 92년에는 피닉스 선스, 96년엔 휴스턴 로케츠로 이적하는 등 우승을 위해 노력했지만 운명은 타고난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그에게 끝내 챔피언자리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
바클리는 2만득점, 1만 리바운드, 4,000어시스트를 넘어섰다. 이처럼 고른 성적을 거둔 플레이어는 NBA사상 윌트 체임벌린, 카림 압둘자바와 찰스 바클리 뿐이다.
금세기 최고의 농구선수로 일컬어지는 마이클 조던도 바클리처럼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에서 고루 활약하지 못했다. 바클리는 이날 자신의 4,259번째 공격리바운드를 따낸뒤 몇초뒤 부어오르는 다리를 쳐다보며 이제 내려서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작은 거인 바클리는 그렇게 은퇴식이 아닌 농구코트에서 유니폼을 입고 쓰러져 「난폭자」다운 은퇴를 한셈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