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은 「정보의 산실」인가,「탈선의 온상」인가. 「정보화시대의 첨병」이라는 이름아래 나날이 늘고 있는 서울시내 PC방의 상당수가 청소년 탈선의 장이 되고있다.9일 오후 11시30분 서울 신촌 한 PC방. 15평도 채안되는 PC방을 가득 메운 「고객」대부분은 청소년. 이들은 인기절정인 스타크래프트, 레인보우6 등 게임을 즐기며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벽에 큼지막히 붙어있는 「오후10시 이후 만 18세미만 출입금지」라는 문구는 장식물에 불과했다.
『집에서는 눈치 보여서 이런 것 못봐요』 서울 대학로의 한 PC방에서 정신없이 음란물을 즐기던 김모(17)군은 『여기는 하드에 좋은 게 다 깔려 있어서 굳이 인터넷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신모(17)군은 『오후 10시가 되면 주인이 와서 「18세 미만은 10시 이후에 있을 수 없다」며 나가라고 해요. 하지만 한 30분후 조용히 다시 오면 못본 척 들여보내주죠』라고 말했다. 이 PC방 주인(47)은 『오후 10시쯤 되면 한번쯤 신분증을 검사하지만 그 이후에는 나이를 묻지 않는다』며 『자꾸 귀찮게 하면 손님이 끊어져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10일 새벽 1시 서울 송파구 주택가의 한 PC방도 사정은 마찬가지. 늦게까지 학원과 독서실등에 매여있던 학생들은 대개 이 시간쯤 PC방으로 몰려 「해방의 시간」을 즐긴다. 연신 담배를 피워물고 게임을 즐기는 학생, 채팅 등을 즐기며 「번개팅(채팅으로 알게 돼 즉석에서 만나는 것)」 상대를 찾는 학생 등으로 PC방은 어수선하다. 학기말 리포트를 쓰기 위해 PC방을 찾은 여대생 지모(22)씨는 『자욱한 담배연기와 학생들의 음담패설 때문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5월 PC방은 멀티게임장으로 분류, 「음반·비디오물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다. 오후10시 이후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출입시키거나, 그들에게 음란물을 보여주면 처벌대상이 되지만 단속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의 경우 당시 상황을 목격하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 없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흡연실을 따로 마련하는 방법 등으로 청소년들의 흡연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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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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