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혹은 남편이 다른 사람과 여행을 떠났다가 죽어 버렸다. 그 불륜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고,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알아내고 싶다. 그러나 그것을 추적하는 일은 쉽지않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랜덤 하트(Random Hearts)」는 이 상황에 처해 그냥 잊고 싶은 한 여자와 그럼에도 진실을 알려 하는 한 남자의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다루었다.. 경사인 더치 반 덴 브룩(해리슨 포드)은 아침 정사를 나누고 마이애미로 출장을 간다던 아내가 실은 다른 남자와 밀월여행을 떠났다가 사망하는 기막힌 현실에 부닥친다.
죽은 이의 아내는 보수적인 뉴 햄프셔의 하원의원 케이 챈들러(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케이는 죽은 두 사람 관계에 집착하는 더치가 부담스럽다. 그녀는 힘겨운 재선을 치러야 하고, 무엇보다 15세 된 딸에게 아버지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더치는 그러나 결국 케이를 이끌고 두 사람이 이전에도 묵었던 마이애미의 호텔등 그들 불륜의 궤적을 추적한다. 그것으로 현장 확인은 끝난 셈.
그러나 그것으로 상황은 결코 종결되지 않는다. 그들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 받으려는 듯, 혹은 죽은 이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그도 저도 아니면 낯선이에 대한 성적 끌림에 결박당한 듯 키스를 나누고 사랑을 나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미묘한 심리적 긴장을 아름다운 영상에 녹여냈던 감독 시드니 폴락은 이번에도 심리적 긴장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제 세월에 함락당한 해리슨 포드와 「잉글리쉬 페이션트」 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모습은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여기에 경찰내 비리를 추적하는 해리슨 포드의 또 다른 면모는 지루한 감성드라마에 활력을 주기보다 극적으로 산만한 구성요소로 등장했다. 감독은 워런 애들러의 원작 소설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15년만에 영화로 만들었는데 「장고 끝의 악수(惡手)」. 데이브 그루신의 재즈만은 감미롭다.
11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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