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는 미성년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청소년이다. 생일이 빨라 일곱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19세와 같이 대학생이 돼도 담배 판매는 물론 술집출입도 금지된다. 청소년법이 그렇게 정해 놓았으니 당연하다. 이제 그들에게 금지구역이 또 하나 생길 판이다. 극장이다. 이 일에 앞장선 것은 문화관광부. 지난달 22일 정부는 현행 「18세 관람가」를 「19세」로 바꾼 영화진흥법개정안을 내놨다.국회문광위가 먼저 반대했다. 영화관람기회를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행 유지로 수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법사위가 「19세 관람가」 등급으로 고쳐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3일 국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형평의 원칙. 법사위가 내세운 논리이다. 논리는 맞다. 법은 평등해야 하니까. 8일 열린 「제1회 영화인 포럼」 에서 영화인들은 반발했다. 남은 기간에 시민단체와 다시 반대성명을 내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고 여당 대표를 찾아 의견을 전달하는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 국회통과를 막겠다는 태도다. 제작자, 극장주, 배우, 감독 모두 한마음이다. 연극인들까지 가세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하게 보면 당장 관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관객이 그들이고 보면 엄청난 손해가 눈에 보인다.
그러나 영화인들의 이런 이기주의적 차원이 아니라고 했다. 정도상 시나리오 작가는 『근대 교육제도가 나이를 못박아 성인과 청소년을 구분했다』며 『나이에 의한 일방적 규정은 문화 수용권과 창조권을 부정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심광현 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은 형평성의 모순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선거권은 왜 20세부터 주는가. 미국은 「NC(no children)-17」 등급으로 17세를 성인으로 보는데 우리는 미국에 뒤떨어진 미성숙사회란 말인가』
오락, 술, 유흥업소의 기준을 영화에 적용하는 것은 문화적 자율성, 특수성, 다양성을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법률논리란 비난이 거세다. 청소년들의 영화관람기회를 늘리겠다며 「15세 관람가」 등급을 없애는데 앞장섰던 정부가 이번에는 반대로 법의 논리만 중시하는 법사위와 함께 지금까지 성인취급을 하던 18세를 아이로 취급하는 셈이다. 그들에 의해 지금까지 문화공간이었던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18세에게는 유해업소로 바뀐다.
한 영화인은 이런 부작용도 걱정한다. 극장에서 몰아내면 그들은 더 유해한 문화공간(인터넷 음란사이트)으로 들어간다고. 문화수용력에 있어서 18세와 19세의 차이는? 정확한 것은 몰라도 그것을 술과 담배와 같은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임은 분명하다. 경제논리와 법의 논리에 문화가 멋대로 재단당하고 「레드 존」이 많아지는 나라에서 문화는 자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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