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전자편지를 두고 교수와 학생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서울대 자연대 학생회는 올 2학기 「자연대 강의평가 백서」를 만들면서 교수들에게 전자편지를 보내 전공공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예전 같으면 직접 찾아뵙고 정중하게 요청해야 할 사안. 자연대 기초과학전공 1학년 학생은 『교수님을 직접 찾아뵈면 공연히 주눅이 들어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전자편지는 아무때나 보낼 수 있는데다 교수님들이 답장을 꼬박꼬박 해 주시는 편이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 김옥태(金沃泰·30)씨도 『학부생들이 교수연구실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제간의 벽을 허무는 효과적인 의사교환수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편지가 교수들에겐 달갑지만은 않은 계륵(鷄勒)이다.
전자편지도 편지인지라 답장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여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서울대 출신 시간강사 성모(31)씨는 『한 학기에 3개 정도 강의를 하면 학생 수가 보통 100여명에 이르고 대형강의라도 맡게 되면 전자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하는 것도 보통 노릇이 아니다』며 『교수 임용을 위해선 학생들의 평가에도 신경써야 해 연구시간을 쪼개가며 답장을 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강의평가제를 시행하는 대학에서는 답장작성에 골머리를 앓는 선배 교수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자편지가 사제관계를 점점 비인간화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 자연대 한 교수는 『선생으로서 학생들의 질문에 정성껏 답변해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면서도 『전자편지 덕에 수업시간외에는 제자와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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