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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쁠수록 회초리 더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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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쁠수록 회초리 더 들어야"

입력
1999.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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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憐兒)어든 다여봉(多與棒)하고 증아(憎兒)어든 다여식(多與食)하라』서울 강서구 가양동 양천향교 오남주(吳南柱·77)훈장은 요즘 학부모들이 자식의 인성을 스스로 망친다며 명심보감 훈자(訓子)편의 고사를 인용,『자기 애가 어여쁜 만큼 회초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균관 전학(典學·성균관에서 학문을 관장하는 자리)이기도 한 오훈장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만을 끼고돌아 아이 버릇을 그르치고 있다』며 『더 나아가 부부간 예의를 저버려 아이들에게 어른 공경의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16년째 운영되고 있는 양천향교의 초등학생들은 여느 어린이와 달리 어른스럽다. 훈장님 호통에 장난끼 어린 얼굴을 푹 숙여 붓을 잡는다. 또 향교 마당에서 뛰놀다가도 훈장님이 지나가면 그 자리에 멈춰서 두손 모아 인사하는 품이 요즘 세태에선 낯설기까지 하다. 훈장의 앉은뱅이 책상 옆에 쌓인 10여자루 회초리로 볼기짝을 사정없이 맞아도 아이들은 눈물을 찔끔거릴 뿐 금새 미소를 되찾는다.

두달째 향교에 다니고 있는 정현주(송화초등2년)양은 『회초리도 우리 잘하라고 드는 거니까 좋아요』라고 말했다. 오훈장은 『아이들이 부모님께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자 부모들이 되레 어색해하면서도 「다 컸구나」하며 흐믓해 하더라』고 밝혔다. 매일 1시간여동안 수업하면서 목요일마다 예절교육을 실시하는 양천향교의 교육목표는 「유교에 바탕을 둔 인성함양」. 오훈장은 『아이들에게 엄할 땐 엄하되 자상할 땐 자상해야 한다』며 『자기의 근본이 어디에 있고 자신의 행동이 누구에게 미치는 지를 각인시키면 아이들 스스로 예의를 지키게 된다』라고 말했다.

연중 수시로 학생을 모집하는 이 학교에는 전통문화와 예절에 관심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수강 신청할 수 있다. 수강료는 월4만원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연락처 (02)658-9988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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