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9일 건강 악화를 우려한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이징(北京)을 방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이날 베이징 근교 댜오위타이(釣魚島) 국빈관에서 40분동안 비공식으로 이뤄진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개정 움직임을 비롯, 냉전체제 이후 국제사회에서 최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위상문제와 체첸 사태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의 개입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옐친 대통령은 특히 이날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보유한 강대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 등 서방국가가 체첸 사태에 개입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옐친 대통령이 핵무기까지 언급하며 이처럼 강력한 경고 발언을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클린턴 대통령이 러시아의 체첸 공격에 대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 江주석이 체첸 사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 지는 전해지지 않았으나 중국 외교부는 옐친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러시아의 체첸 공격은 국내 문제라고 밝혀 미국 등의 러시아 제재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국은 또 이날 정상회담에 이어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3개 국경조약에 서명, 지난 30년간 끌어온 양국간 국경분쟁을 타결지었다. 이들 조약 가운데 2개는 4,000㎞에 이르는 양국간 국경선을 획정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무르강(黑龍·헤이룽강)과 그 부속 섬들의 자원에 대한 공유방안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러시아측 관계자는 밝혔다.
이바노프 장관은 조약체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시간 이후 중·러 국경분쟁은 더 이상 없다. 이번 조약은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또 다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란 별명이 붙은 정도로 잦은 병치레를 해온 옐친 대통령은 이날 주치의의 만류를 뿌리치고 모스크바와 베이징간의 5시간 시차 극복을 위해 기내에서 숙면을 취하는 조건으로 방문길에 올랐다고 모스크바의 에코 라디오가 보도했다.
옐친 대통령은 앞서 지난주 폐렴으로 모스크바 중앙병원에 입원했으며 8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과 러시아-벨로루시 통합조약안에 서명한 뒤 퇴원했다.
모스크바 외신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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