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곧바로 망할 수 밖에 없다』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가진 강연에서 세계 각국의 사례를 들며 기업들이 「운명을 걸고」 변신에 노력할 것을 독려해 눈길을 모았다.
이위원장은 이날 강연 서두에서 「브리태니카」회사의 흥망사를 들었다. 170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창립된 브리태니카가 1920년 미국의 시어스백화점을 인수하고 80년대까지도 매출이 급성장했으나, 한 CD롬판매회사가 CD롬드라이브를 팔면서 브리태니카백과사전CD롬을 끼워파는 바람에 회사가 쓰러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브리태니카와는 반대로 금융후진국인 스페인의 한 지방은행은 유럽통합 이후 포르투갈의 은행을 합병하고 영국 로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등 피레네산맥을 뛰어넘어 유럽금융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의 시장상황 적응방안을 설명하면서 이례적으로 현대그룹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우사태 이후 외국투자자들이 「다음은 어디냐」며 현대를 지목할 때 적극적으로 팀을 구성해 세계시장을 돌며 기업설명회(IR)를 열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데 성공했다고 이위원장은 평가했다.
이날 참석한 80여명의 기업인들은 대부분 강도높은 자기개혁을 요구하는 이위원장의 설명에 대해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한 참석자는 『시장의 힘이 정부의 힘보다도 커졌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할만큼 안팎의 상황이 급속하게 바뀌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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