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체제 진입 이후 중산층 몰락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국내외 여러 기관이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똑같은 현상에 대해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너무 커 누구 말이 맞는지 국민들은 의아해 하면서 걱정하고 있다.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정책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으로 우리 사회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세계은행(IBRD)은 「2000년 세계경제와 개발도상국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빈곤문제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97년 9%에 그쳤던 도시빈민 인구가 98년에는 19%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도시빈민이 집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국내 연구진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IMF 처방후 빈곤층이 두배 이상 급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하위 20% 저소득층과 상위 20% 고소득층의 올 4·4분기 생활형편 지수 격차가 15.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고 밝혔다. 97년 4분기의 격차는 6.5포인트였다. 특히 올 4분기 저소득층 생활형편 지수는 38.7로 IMF전인 97년 4분기(39.1)에 못미쳤으나, 고소득층은 97년 45.6보다 높은 53.9를 기록했다. IMF 충격은 고소득층이 작았고 회복속도도 빠르다는 증거다.
이에 대해 정부는 8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불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분배구조가 악화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경기가 회복하면서 해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빈부격차 수준은 80년대 중반과 비슷하고, 외국에 비해서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상·하위 20% 계층의 소득배율이 2분기 이후 약간 개선된 것을 내세웠다. 관계자들 조차도 깜짝 놀랐다는 지난 세일 때의 백화점 매출과, 오래 전에 끝난 호텔 연회장 및 고급 유흥업소의 연말 예약등을 보면 정부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소비는 분명 살아났다.
그러나 활발한 소비와 분배구조 개선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은 그 과실을 일부 계층에게 집중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경우 빈부의 격차는 확대되고 사회적 위화감은 심화돼 모래알 같은 사회가 되어 버린다. 정부는 지금 우리 상태가 어떠한지 냉철히 분석해 봐야 한다. 체감지수란 말이 왜 나오고 있는지, 세계은행의 지적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한번 방향을 잘못잡은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