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연말연시가 괴롭다.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망년회, 송년회가 이어져 혹사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인당 술 소비량은 연간 10.4ℓ(100% 순알코올 기준). 1주일에 소주 2병 이상씩 마시는 셈이다. 이 중 연말연시에 마시는 술이 연간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누구나 간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술을 오랫동안 많이 마시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에서 간손상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술을 마실 때는 알코올 섭취가 억제되도록 식사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 안주와 함께 천천히 술을 마시되 어쩔 수 없이 과음한 경우엔 2-3일 정도 금주해야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될 수 있다. 사람마다 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적당량은 알코올 50g 정도. 소주는 반병, 양주는 스트레이트로 3잔, 맥주 두 병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람은 간의 크기에 관계 없이 1시간에 평균 7-9g의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다. 50g 정도를 마시면 자는 동안 알코올이 몸에서 거의 분해되지만, 그 이상을 마시면 간세포에 무리를 준다.
알코올의 흡수 속도는 술 종류에 따라 다르다.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맥주 등 발효주에 비해 흡수 속도가 빠르다. 여러가지 술을 섞거나 탄산·이온음료와 섞어 마셔도 흡수 속도가 빨라진다. 같은 농도를 마시더라도 도수가 약한 술이 독주보다 덜 해롭다. 술은 약한 술부터 독한 술의 순서로 먹는 게 좋다. 안주도 잘 먹어야 한다. 치즈, 두부, 고기, 생선 등 고단백 음식은 간세포의 재생을 높이고 알코올 분해효소를 활성화하며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알코올 성분이 빨리 빠져나간다.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교수는 『특히 당분이 풍부한 주스나 이온음료, 우유, 차나 커피, 과일 등을 많이 먹는 게 좋다』며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무국, 콩나물국, 조개국을 먹어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술을 깨기 위해 사우나를 하는 것은 금물. 사우나는 몸 속의 수분을 감소시켜 알코올 처리를 방해하므로 가벼운 목욕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정 한방요법으로 칡뿌리 12g, 귤껍질 10g, 감초 8g에 물 두 사발을 붓고 커피 두 잔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달인 뒤 아침 저녁에 한 잔씩 마시면 간장 해독에 큰 도움이 된다. 꿀을 타서 마시면 더욱 효과가 좋다.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양을 마셔도 빠른 시간안에 간이 손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여성이 매일 술 한 잔을 마시면 유방암 발생이 10%, 두 잔은 20%, 세 잔은 30%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문영명교수는 『여성과 선천적으로 술에 약한 사람, 바이러스성 간염등 간질환을 가진 환자는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의 위험이 더 높다』고 말했다.
간박사로 유명한 독일 본대의대 종신교수 이종수박사는 『과음하는 사람은 부부가 함께 음주달력을 만들어 주량을 체크하는 게 좋다』며 『술에 강하다고 간이 튼튼한 걸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실은 술에 약하든 강하든 간을 손상할 수 있는 음주량의 한계는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오대근기자]
건강음주 10계명
1. 가능한 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신다.
2. 첫 잔은 한 번에 마시지 말고 여러 번 나누어 마신다.
3. 술을 마시면서 목이 마르면 차가운 얼음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한다.
4. 술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전에 무알코올 음료수를 미리 마셔둔다.
5. 자기가 마신 술의 알코올 양을 어림잡아 보며 주량을 지키도록 한다.
6. 공복이 아닌 상태에서 술을 마시되 천천히 마신다.
7. 받은 술잔은 다 마신 다음에 잔을 다시 채우게 하고 가득 채우진 않는다. 8.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을 때는 확실히 거부의사를 표시한다.
9. 술을 마시면서 소금기가 많은 짠 스낵류를 같이 먹지 않는다.
10. 술자리는 주 2회를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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