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이었다. 평소 큰 아이가 배드민턴을 하고 싶어했는데 그동안 같이 해주질 못해 그날은 큰 맘먹고 뚝섬까지 갔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뚝섬에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온 사람,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들고 강가에 걸터앉아 낚시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곳서 바라본 한강이 깨끗할 리 없지만 그래도 속이 탁 트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큰 아이와 함께 열심히 셔틀콕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열을 올리던 중 갑자기 오른 팔에서 삐끗하는 소리와 함께 어딘가 이상해지는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손빨래도 하고 청소도 했다.그러나 5일째 되는 날 탈이 나고야 말았다. 팔이 붓고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병원을 찾아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다. 팔이 아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평소에도 이것 저것 잘 도와주는 남편은, 내가 팔을 다치자 집안 일을 많이도 해주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도 학교에 갔다와 점심도 챙겨주고 설거지까지 해주었다.
시장도 보고 동생 손잡고 문화센터까지 갔다왔다. 며칠동안 팔을 쓰지 않았더니 부기가 빠지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남편과 딸의 도움으로 조금씩 움직일 수 없었다. 남편과 딸의 도움으로 지금은 거의 완쾌했다. 팔 다쳤다는 소식에 올캐 언니가 전화를 했다. 올캐도 얼마전 칼을 잡다 손가락을 다쳤는데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아 일을 계속하는 바람에 상처가 심해져 꿰멘 곳에 고름이 생길 정도라고 했다.
올캐는 남자 아이만 둘이 있는데다, 오빠도 집안 일에 무관심해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만약 나도 딸이 아니라, 아들만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큰 아이는 며칠동안 엄마 노릇을 하더니 엄마의 소중함을 안 것 같다. 나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딸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딸이 이렇게 좋은데 왜 아들만 선호하는지. 딸이라서 좋은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김범례 서울 성동구 마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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