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으로 환생한 찰리 채플린들, 러시아 광대극의 최고봉 리체데이(Licedei)가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사람이 가구가 되고, 말이 됐다, 구름도 된다. 때로 번개도, 무지개도 된다. 객석에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시적 상상력 또는 자유스런 동심.68년 성 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에서 창단된 이래, 이들은 사회주의 러시아 예술의 꽃으로 추앙받아 왔다. 「스톰프나 탭 독스 등 최근 서구에서 인기 끈 비언어 퍼포먼스보다 시대적으로 앞서면서도 예술적으로 훨씬 뛰어난 혼합형 비언어 퍼포먼스(hybrid non_verbal performance)」, 이들이 받는 예술적 평가다.
크렘린궁 공식 행사, 페체르부르크 타브리체스키궁 연속 공연, 모스크바 올림 문화행사,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문화행사 등 화려하기 그지없는 공연 이력이다. 동·서구권은 물론, 홍콩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권 공연까지 이들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렸다. 재즈 등 다양한 배경 음악의 구사, 어릿광대짓으로 일관하기 십상인 서구 마임과는 달리 슬픔과 노여움까지 포괄하는 이들의 마임은 인간의 보편 정서를 겨냥하는 덕택이다.
특히 20세기의 마지막 무대가 되는 이번 서울 공연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남김없이 펼쳐보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구름과 번개」 「항해」 「통이 큰 바지」 「레슬링」 「꽃과 신사」 「소라」 「인간 마이크」 「골체미(骨體美)」 등 세계 곳곳에서 갈채를 자아낸 에피소드 중 13편이 선보인다. 또 작은 공을 객석에 던져 주고 받거나, 무대에서 춤을 추다 객석의 동참을 적극 유도하는 등 관객과의 호응 장면도 유감없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1시간 30분 동안 쉼없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형태 또한 이채롭다. 우리는 이 무대에서 어디까지 보게 될까. 16~26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16~17일 오후 7시, 18일 오후 3·7시, 19일 오후 2·5시, 20일 오후 7시, 21~24일 오후 3·7시, 25~26일 오후 2·5시. 지금 이스라엘 공연중. (02)548_4480~2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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