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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뮤지컬 '안녕, 비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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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뮤지컬 '안녕, 비틀즈'

입력
1999.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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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을 다 맛봤어. 최고에서 굴러 떨어져 쓸개를 핥던 내 모습…』 기획사 사장이 비참했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에게 남은 가능성이란 「대박」을 터뜨리는 것뿐. 그는 과거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비틀스를, 그것도 막 데뷔하던 시절의 싱싱한 비틀스를 재현하라. 그것도 똑같이. 그 길은 성공할까?

「안녕 비틀스」는 뮤지컬이다. 초기 비틀스를 그대로 재현, 자신의 입지를 회복해 보려는 몰락 직전의 기획사 사장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생생한 음악에 얹어 보낸다. 넷(NET) 세대의 꿈인 연예 비즈니스의 속을 파헤쳐 보인다는 주제에다, 록 밴드의 실감나는 연주 덕택에 객석은 젊은 관객들로 붐빈다.

살롱 뮤지컬. 소극장에 걸맞는 작은 뮤지컬을 표방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내용과 형식에서의 몇몇 시도는 작다고 보아 넘길 수만은 없다.

『인디에서 자존심만 높인다고 다가 아니야』 초창기 비틀스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copy)하는 것 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밴드를 채찍질하는 사장. 홍익대앞과 이태원 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하던 중, 인디 밴드의 기약없는 생활에 지쳐 사장의 제안에 따른 무명 밴드 OD.

극은 사장이 마련한 합숙소에서 이들 다섯 멤버가 비틀스로 「제조」되다, 탈출해 나오는 과정이다. 『난 장삿꾼이야』, 사장의 실토. 그러나 사장은 천진한 OD와 작업해 나가면서 순수를 회복해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이 갖는 커다란 매력은 음악을 실제 그룹이 직접 연주,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는 점. 97년 결성, 신촌 등지의 라이브 클럽에서 「그때 그놈」이란 이름으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5인조 록 밴드 밀크바. 10월부터 연습에 들어 간 이들은 자신의 무명 시절을 되살려 내니, 곧 무명 시절의 비틀스였다. 리더 한정호(26·베이스)는 『관객의 즉각적 반응에만 신경 썼던 라이브 클럽 무대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연극의 재미를 배워가고 있다』고 말한다.

뮤지컬 전문 극단을 표방, 7월 창단한 뮤지컬 컴퍼니 오디가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오디란 산열매 오디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알파벳 OD로도 쓰고 있다. 또 극중 밴드 이름이기도 하다. 뮤지컬이란 시청각을 자극하는 호화 스펙터클에다 웅장한 음악이 동원돼야 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이 극을 위해 극단 오디는 영국문화원에 의뢰, PC 통신 동아리의 비틀스 동호회 4곳과 상의하기도 했다. 성위환 작, 손규홍 연출. 31일까지(월~토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3·6시) 충돌소극장에서의 공연을 마친 이 극은 내년 1월 한 달 꼬박 정보소극장에서 연장 공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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