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정에 불과한 WTO가 마치 공룡처럼 인권과 환경 등 삶의 모든 분야를 먹어 치우려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NGO들은 WTO가 순수한 경제적 질서로만으로서 기능할 때까지 견제와 감시의 틀을 결코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WTO 뉴라운드 반대를 위해 미국 시애틀에서 전세계 NGO들과 함께 주야로 항의시위를 펼쳤던 녹색연합 김제남(金霽南·37·사진) 사무처장의 얼굴은 아직 피로가 가시질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눈만은 『해냈다』는 보람과 만족감으로 충만했다.
투자협정·WTO 뉴라운드 반대 민중행동 소속 10여명과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시애틀을 다녀 온 그는 『각료회담의 결렬은 세계 NGO들의 국경과 이익을 초월한 연대가 이뤄낸 성과』라며 세계 NGO들의 단결을 높이 평가했다.시애틀에 모인 NGO들은 시위를 마치면 밤에는 시내 인포메이션 센터에 모여 다음날 집회에 필요한 피켓 등을 함께 제작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를 독려했다. 회담장에선 선진국과 제3세계간 자국의 이익을 각료들의 설전이 오가는 동안 거리의 NGO들은 오직 「지구의 공존」을 위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NGO들의 시위가 일부에서 폭력 일변도로 비춰진 것은 오해입니다. 경찰 및 군대와 충돌이 있었지만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 「축제」와 같이 자유롭고 화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김씨는『특히 미국의 NGO들은 장난스럽다 할 만큼 집회에 임하는 태도가 자유로웠다』며『시위는 심각하고 딱딱해야한다는 우리의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GO판(版) 「시애틀의 잠 못 이룬 밤」이었습니다. 톰 행크스가 맥 라이언의 사랑을 얻었듯이 우리 NGO들은 승리를 쟁취했죠』 그는 『초국적 자본의 거대한 힘도 전세계 시민과 NGO들의 순수함 앞에선 무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