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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방에 '눈물의 파도'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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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안방에 '눈물의 파도' 밀려온다

입력
1999.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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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눈물이 파도를 이룬다. 한 중년 남자의 절규가 너무 가슴 아프다. 『야! 너희 의사들은 머리좋은 수재잖니. 내가 무릎 꿇고 이렇게 빌께! 제발 좀 살려주라! 아픈 여자 하나 살려주라!』 (이정길)시청자들 애간장의 파고가 높아진다. 한 중년 여자의 탄식이 한스러워서. 『선생님! 친구도 아니세요. 선생님! 왜 그이가 어리석은 일(이정길이 김영애가 암걸린 사실을 알고도 결혼한 것)을 하는 것을 말리지 않으셨어요!』 (김영애)

SBS 주말극 「파도」. 불륜도 없다. 엄청난 갈등 구조도 없다. 젊은이들이 펼치는 현란한 화면도 없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애절한 가슴으로, 조용한 흐느낌으로 지켜본다.

중장년층, 특히 아줌마 시청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요즘 볼만한 드라마는 「파도」 뿐이라고. 26일 종영을 앞두고 종반부로 치닫고 있는 「파도」의 호응이 대단하다. 지난주 시청률은 3위로 오르며 30%대를 기록했다. 타방송사의 메인 뉴스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반응이다.

인기의 파도를 일으키는 주역은 두 중년 남녀, 이정길과 김영애. 일회용 사랑만이 존재하고 계산적인 사랑만이 난무한 세상에서 20여년을 묵묵히 한 여자만을 지켜 온 이정길. 그에게는 삼종지도를 강요하며 재혼을 반대하는 사랑하는 여자의 자식들의 거센 반대도, 그녀가 췌장암 말기 환자라는 사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좋아하는 여자와 며칠의 사랑을 이루는 것만이 중요할 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런 사랑이 드라마에서나마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작가 김정수씨도 인정한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라고. 하지만 우리 시대, 그런 사람 한사람쯤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그렸다고 했다.

이정길, 김영애의 뛰어난 연기력은 비현실적인 드라마에 현실성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이정길의 몸부림을 보고 아무도 감정의 과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단 1년 만이라도 살고 싶다고 길바닥에서 꺽꺽 흐느끼는 김영애를 보면서 『나도 저럴텐테』라고 공감한다.

작가 김정수씨는 마지막 대본을 21일에 쓰겠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PC통신을 통해 아우성이다. 제발 그토록 사랑한 남자를 놔두고 김영애를 죽이지 말라고. 시어머니조차 대본을 쓰고 있는 며느리 김씨에게 『기도하고 식이요법 잘하면 암도 낫는다고 하더라. 제발 살려줘라』 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마지막이 어떻게 끝나냐는 질문에 『사람은 다 죽는다. 죽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남는다면 결코 그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니다』 는 말로 드라마의 끝을 암시한다.

시청자들은 26일 「파도」 가 끝나는 날, 김영애의 죽음과 이정길의 사랑 앞에서 세기말 무기력하게 사라져가는 순수한 사랑의 그림자를 엿보며, 새천년에 순수한 사랑을 꿈꿀지 모른다. ■ 만남/ 작가 김정수

대본이 끝나는 날, 푸른 하늘을 보며 다리가 아프도록 걷고 싶다고 했다. 작가 김정수씨는 「파도」가 시작된 4월부터 거의 밖을 나가지 못했다.

『사실 통속적인 드라마지요.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결말 부분을 알아챘을 겁니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가 엮어가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중년의 사랑이 맑아서 좋아했을 겁니다』

MBC, KBS 메인뉴스 시간대와 맞물려 시청자들이 외면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앞서서 처음 극본 쓸 때 자판을 두들기는 손이 떨렸다고 했다. 『극중 인물의 사랑에 내 자신이 빠지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자연스럽게 글이 써지더라구요』

「파도」 가 끝날 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그 사람 대신 죽을 수 있는 것, 그 사람 대신 죽어주고 싶은 것』 이라고 흐느끼며 이정길이 말하는 사랑의 정의를 오랫동안 떠올려주길 바란다고 한다. 앞으로도 비내린 뒤 푸르디 푸른 하늘같은 사랑을 그리고 싶다는 말로 열띤 호응을 보여준 시청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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