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의 신분증이 사기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서울 청량리역에서 노숙을 하는 강모(48)씨는 10월25일께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처음 보는 이모(29)씨와 박모(29)씨의 『은행계좌와 신용카드가맹점을 개설해 주면 45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넘어간 강씨는 이들과 함께 300만원을 받고 유흥업소주인 장모(30)씨에게 계좌와 신용카드가맹점 명의를 팔았다.
6일 이씨가 다시 찾아와 『당신의 실명계좌니 장씨가 입금한 2,800만원을 쉽게 가로챌 수 있다』고 유혹하자, 강씨는 6일 통장분실신고를 하고 새통장을 만들어 돈을 찾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7일 강씨와 이씨 등 3명에게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및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역 앞 노숙자인 김모(36)씨와 장모(38)씨도 얼마전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건네준 1억여원짜리 전화고지서를 보고 놀랐다. 지난해 10월24일 일당 4만원짜리 도배공으로 취직시켜주겠다며 저녁을 사주고 여관까지 잡아준 후 주민등록증을 훔쳐 달아난 강모(39)씨가 이들의 신분증으로 이동전화 수십대를 개통해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팔아 넘겼던 것이다.
김씨는 『일자리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한데다 푸짐한 저녁에 술까지 사 준다기에 고마워하며 따라나섰다』며 『신분증을 잃어버렸지만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씨 등의 명의로 L텔레콤에서 이동전화 40대를 개설해 1,600만원을 챙기고, 1억원 상당의 공짜통화를 하게 한 강씨를 7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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