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클리닉] (4) 공황장애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봄 집에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현기증이 나면서 10여분간 심한 공포감에 떨어야 했다. 처음에는 IMF이후 명예퇴직 등으로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 탓에 심리적 중압감을 느낀 것으로 가볍게 여겼다. 그런데 비슷한 증상이 잇따라 찾아왔다.한 번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갑자기 식은 땀이 흐르고 가슴이 뛰면서 숨이 콱 막혀 왔다. 그대로 한참을 주저앉아 있다가 간신히 가까운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1주일 후 사무실에서 다시 발작해 정신을 잃은 A씨는 회사 동료들에 의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병명은 「공황(恐慌)장애(Panic Disorder)」로 밝혀졌다.

공황발작은 특별한 위험이나 자극,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신체의 경고반응이 작동, 자율신경계통의 신체변화를 초래하는 현상. 그래서 식은 땀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심장이 빨리 뛴다. 마치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발병한 것같은 긴박감을 느끼거나 정신을 잃기도 한다.

공황장애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불과 10여년 전. 하지만 공황장애가 병으로 인식되면서부터 정신과 환자의 30~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국내 환자는 성인 인구의 1.6~3.5% 정도. 인체의 위기에 대한 경고반응을 관장하는 기관이 어떤 이유로 인해 예민해져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황장애 치료프로그램은 91년 영동세브란스병원에 처음 개설됐다. 미국 뉴저지주 존 러널스병원 정신과 과장으로 일하다 84년 귀국한 이호영(현 아주대총장)박사가 산파역을 맡았다. 이박사는 공황장애의 실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선구자적 인물. 94년 아주대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공황장애클리닉을 만들어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12주짜리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박사는 『공황장애는 전문의가 환자 개개인에 맞는 포괄적인 치료계획을 세우고 직접 치료과정에 참여하는 책임감있는 태도를 보여야 효과가 좋다』며 『일단 약물치료로 공황발작시 경험하는 심한 불안을 차단한 뒤 환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요인을 찾아내 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체 감응훈련이나 노출행동치료를 통해 신체의 이상감각을 견뎌내고 지하철, 비행기, 백화점 등에 가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도한다.

현재 아주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공황장애클리닉이 비교적 체계적인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으로 꼽힌다. 연세대 이만홍교수는 91년 영동세브란스병원 시절부터 이박사와 함께 공황장애 환자를 다뤄 왔다. 서울백병원과 강북삼성병원 공황장애클리닉도 신체감응 및 근육이완훈련을 주내용으로 하는 8~12주의 집단치료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공황장애와 대인공포증, 광장공포증 등을 함께 치료하는 「공포증-공황장애클리닉」을 개설했다. 담당인 유인균교수는 『공황장애 환자는 대부분 공포증을 함께 갖고 있어 병합치료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개업가에선 연세대 출신 이범용박사가 유일하게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공황장애 클리닉

병 원 전 문 의 연 락 처

강북삼성병원 오강섭 (02)2001-2213 서울대병원 유인균 (02)760-2451 서울백병원 최영희 (02)2270-0063세브란스병원 이만홍 (02)361-6101아주대병원 이호영·임기영 (0331)219-5814 영동세브란스병원 서호석 (02)3497-2383 이범용신경정신과 이범용 (02)593-2222

추천인:이호영 아주대총장(정신과),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공황장애 자가진단표

1. 호흡이 가빠지고 숨쉬기가 힘들다. 2. 현기증이 나거나 졸도할 것같다. 3.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이 마구 뛴다.4. 손발이나 몸이 떨린다. 5. 땀이 많이 나고 진땀이 흐른다.6. 가슴 부위에 통증과 불쾌감이 느껴진다.7. 메스껍고 속이 울렁거린다. 8. 주변의 사물이 이상하게 보이고 내가어디있는지 모르겠다.9. 손발이 저리거나 무감각해진다. 10. 몸이 화끈거리고 오한이 든다.11. 가슴에 통증이 오고 답답해진다.12. 죽을 것같고 나쁜 일이 일어날 것같다.13. 자제력을 잃거나 미칠 것같다.

(발작시 4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면 공황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