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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전임자 임금' 해법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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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전임자 임금' 해법없나

입력
1999.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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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간부들의 전경련-국민회의 점거농성으로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당은 이 사안이 노사정위에서 처리될 문제라며 발을 빼고 있고, 정부도 독자적인 중재안의 제시없이 노사간의 절충을 통해 타협안을 도출해 내겠다는 태도를 벗어나지 못해 해결전망은 여전히 어둡다.현재 표면화된 해법으로는 노사정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3가지 안이 있다. 사용주에게 전임자 임금지급 의무가 없음을 명시하되 전임자 임금지급 관철을 목적으로 한 노조의 쟁의행위는 금지하고,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과다한 유급 전임자 발생을 방지하는 조치를 강구한다는 것이 1안이다.

2안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관철을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되 유급 전임자의 상한선을 두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며, 3안은 전임자 임금은 노조가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다. 9일 결정될 노사정위 공익위원 중재안은 이 3가지 안중에서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노사 양측은 일단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사측은 이같은 안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사용주를 처벌토록 한 조항의 삭제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측은 전임자와 관련한 모든 조항을 삭제하자고 주장하지만, 사용주에게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을 명문화하는 정도의 선은 양보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와 재계, 어느 한 쪽을 편들 수 없는 여당과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결국 노사정위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법 개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2002년 1월 예정된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를 모두 3년씩 연기하자는 「3+3 연기안」이 노사정위와 국민회의 일부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됐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일단 유보된 상태다. 또 기업규모별로 전임자 수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자는 안, 노조간부에게 일정 시간 노조활동을 허용하되 그 시간의 임금은 노조에서 지급하는 「타임오프(time-off)제」 등이 거론되고 있기도 하나 지금으로선 노사로부터 뚜렷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노사 양측의 팽팽한 입장 차이는 현재로선 전혀 좁혀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금년내로 노사정간 실무협의에서 타협안을 도출해 노사정위에 올리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면서 『절충이 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때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선진국의 전임자 임금사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두고 우리나라처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례는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우리의 기업별 노조체제와는 달리 산별·직종별·지역별 노조체제가 대부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 우리의 「노조 전임자」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실체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의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우리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를 의아해 하고있다. 결국 노조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지급은 우리나라의 오랜 관행인 셈이다.

유럽에서는 개별기업의 노조대표(프랑스) 직장위원(영국) 노조신임자(독일) 등에 대해 법 또는 단체협약을 통해 일정시간 「유급 근로면제권」(time off)을 허용하고 있다.

회사가 노조간부들에게 「일정 규모의」실질적 임금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노조간부도 일주일이나 한달 동안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외에는 회사일을 해야 한다. 노조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국가차원의 노사정위원회에서 법으로 정하거나, 영국과 같이 별도 규정없이 노사간 합의로 결정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5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지부는 1~5명의 노조대표를 둘 수 있고, 노조대표 한사람에게는 기업규모별로 월 10~20시간의 유급근로면제권이 주어지게 된다. 즉 사용자는 노조대표에게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하고, 노조대표는 근로면제 시간에만 단체교섭 등 노조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조업활동을 하는 셈이다.

유럽 국가에서 특히 발달된 산별노조 전임자의 경우 임금은 노동조합 재정에서 지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다만 개별 기업은 이들 노조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가 한국노동연구원 등에 의뢰한 「전임자제도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외국 사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판례나 관행 등에 따라 전통적으로 노조간부의 활동에 대해 임금지급을 인정하면서 임금을 받는 간부의 숫자와 노조 업무의 종류(노사관계 업무, 노조행사 등)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일본은 1949년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사용자의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경비상의 원조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 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제한명령을 위반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하는 벌칙까지 두고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노조전임자 임금은 거의 전적으로 노조 재정에서 지급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국가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노조전임자의 노사관계활동 성격과 시간 등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산별 노조대표를 제외하고 기업별 노조간부에게 회사에서 실질 임금을 지급하고 일정시간 근로를 하는 유럽식 「타임오프」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노조전임자 임금] 노동계 "여-정부가 해결하라"

노조전임자 문제를 표면화시킨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태도에 항의, 무기한 농성과 총파업 등 공세를 계속할 계획이다.

한노총 관계자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등의 문제는 노사정위에서 타협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정부 여당이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6·25 노정 합의사항인 만큼 정부여당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 노사정위에 떠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노총 지도부는 또 97년 대선당시 국민회의와 정책연합을 해 현 정권을 지지했음도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이같은 노총의 강경기류는 6일 박인상(朴仁相) 위원장의 기자회견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면서 노조전임자 임금, 한국전력 매각 중단등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17일부터 총파업의 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도부 농성에 이어 앞으로 각 단위노조별 총파업 찬반투표, 각종 집회 등을 통해 산하 조직의 동력(動力)을 끌어올려 17일 시한부 총파업을 하겠다는 것이 노총의 「동투(冬鬪)」 전략이다. 또 올해 안에 전임자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여당의원 낙선운동등 총선과 연계해 계속 여당과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노동시간 단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민주노총도 전임자 임금 문제 등 10대 개혁입법의 국회통과를 위해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도부의 국회앞 농성과 집회를 계속하고, 10일 서울역광장에서 민중대회, 18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가져 정부 여당에 법개정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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